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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정숙성과 연비 잡은 K5 500h, 주행성능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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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정숙성과 연비 잡은 K5 500h, 주행성능은 '덤'

[글로벌이코노믹 김양혁 기자] 자동차 소비자들은 차량 구매에 앞서 보통 두 가지 갈림길에 마주하게 된다. ‘정숙성’의 가솔린이냐, 디젤의 ‘고연비’냐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고민을 날려버릴 수 있는 차량이 있다. 바로 ‘하이브리드’다. 최근 유가 하락과 독일차 군단의 디젤 열풍에 주춤하긴 했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조금씩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 기아차의 ‘K5 하이브리드 500h’를 만나봤다. 시승 구간은 서울 시내를 비롯한 경기도 일산 자유로 등에서 진행됐다.
운전석에 앉아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얹고, 스타트 버튼을 눌렸다. 엔진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시동이 걸린 것을 느낄 수 없을 만큼 고요했다.


목적지를 입력하기 위해 센터페시아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운전석 중심으로 7도가량 기울어진 센터페시아는 운전자의 조작에 용이하도록 눈높이를 맞추고 있었다. 계기판에는 엔진회전수를 확인할 수 있는 운행기록장치가 제외돼 있다. 대신 에코가이드, 배터리 게이지와 수온계를 좌측에 배치했으며, 연료계와 속도계를 우측에 뒀다. 에코가이드 안쪽에서는 EV 모드 주행 시 녹색으로 EV 주행등이 표시됐다.


운전대를 잡고 서울 시내로 나갔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시내에선 공인연비 16.7km에 미치지 못하는 10km 초반을 기록했다. 서울을 벗어나 자유로 일대를 주행할 때 차량의 연비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결과는 17km. 급한 운전습관과 잦은 액셀링 탓에 20km를 넘나드는 고연비를 기대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공인연비보다 높게 나왔다.

액셀을 밟고 30km/h이하의 주행에서는 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다. 100km/h를 넘는 구간에서는 모터의 개입이 거의 없으므로 연비 향상을 위해선 예민한 액셀조작이 필수다. 즉 운전자의 운전습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의미다.

하이브리드는 크게 하드타입과 소프트타입으로 나뉜다. 토요타와 현대차는 모두 하드타입을 채택하고 있다. 다만, 토요타는 하드타입 중에서도 병렬식 하이브리드에 직렬식 시스템을 조합하는 복합형을 써왔다. 2개의 모터가 각각 배터리충전과 구동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K5 500h는 모터가 하나만 달려있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합형은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주행이나 저속에서 연료효율이 더 높고, 병렬형은 시속 100㎞/h 이상 고속구간에서 주행성능을 끌어내기 쉽다.

프리우스의 경우 도심 연비가 복합연비나 고속연비보다 좋은 반면, K5 500h의 고속연비가 더 좋은 이유다.

이후 돌아오는 길에서 연비를 떨어뜨려 보기 위해 급가속, 급제동 등 연비에 치명적인 운전을 해봤으나,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10km 초반으로 서울 시내에서의 연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차가 밀리기 시작하는 구간에 들어서니 EV모드가 가동되며 연비가 다시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K5 500h는 하이브리드 전용 누우 2.0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30kW급 전기모터, 엔진클러치를 병렬로 연결함으로써 엔진 150마력(ps)과 전기모터 41마력을 더해 총 최고출력 191마력의 동력 성능을 확보했다.

연비와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였다. 오르막길에서의 성능은 조금 아쉬웠지만 평상시의 가속력과 주행감은 만족할 만했다. 특히 고속 주행에서의 코너링은 안정감이 느껴졌다. 다만 핸들이 너무 가벼워 꼭 붙잡아야만 했다. 이 대목은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여성 운전자의 경우 주차 시 편안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지난 2011년 첫 선을 보인 K5 하이브리드의 이름을 2013년 말 K5 500h로 개명하고,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을 거쳐 내놓았다. 렉서스나 일본 업체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환경 차량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미국 시장 조사 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84만1603대에 머물렀던 하이브리드 차량은 2020년 394만9597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전체 친환경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60%(2020년 기준). 이는 현재 세계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이 가장 가까이 도달해있는 기술이 하이브리드 차량 양산이라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일본 토요타를 중심으로 한 하이브리드차가 국산화 된 지도 5년이 넘게 흘렀다. 남 얘기 같던 이 기술력도 이제 국산화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K5 500h는 세계 글로벌 업체와 비교해 하이브리드 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선 현대차의 비약적인 발전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모델이다.
김양혁 기자 myvvvv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