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박물관들, 소장품 매각으로 '예산 땜방'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예산 확보와 채무 상환을 위해 유럽의 박물관들이 유명 작품이나 희귀 소장품을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의 노스햄턴 박물관은 리모델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4500년 된 이집트인 동상을 처분했다. 매각 대금은 2700만 달러(약 295억 원)였으며, 매입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갤러리와는 달리 작품을 구입할 수는 있지만 판매는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 때문에 전영박물관협회는 노스햄턴 박물관이 동상을 매각한 것을 두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매각 대금이 실제로 리모델링에 사용되는지 명확하지 않고 희귀한 소장품이 박물관에서 자취를 감추는 데 따른 아쉬움 때문이다.

정부의 예산지원 축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영국의 다른 박물관들도 소장품 매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번의 토키박물관은 정부의 예산 지원이 43% 줄자,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편지 등을 경매할 방침이다.

또 독일 뮌스터에서는 정부 소유 은행인 '베스트 LB'가 보유 중인 400여 점의 작품을 매각하기로 한 이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매각 대상에 오른 작품에는 베스트팔렌박물관에 전시된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디 파올로의 작품도 포함돼 있다.

베스트 LB가 작품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유럽연합(EU)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다.

포르투갈 정부도 정부 소유 은행의 구제금융 상환을 위해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미로의 작품 85점을 올해 매각할 방침이다.
박물관이 소장품을 잇따라 매각할 예정이어서 주머니 돈이 넉넉한 미술품 애호가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반 미술품 애호가들은 박물관에서 개인소장으로 작품이 이전된다면 다시는 그 작품을 보기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