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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률 중국 남통순회 <7> 양자강 한국인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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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률 중국 남통순회 <7> 양자강 한국인 무덤

▲양자강하류랑산을오르다가한국인의무덤을발견했다.그선조고인과의만남으로남통여행은더한층의미가높아졌다.양자장의일출모습./사진=뉴시스제휴이미지 확대보기
▲양자강하류랑산을오르다가한국인의무덤을발견했다.그선조고인과의만남으로남통여행은더한층의미가높아졌다.양자장의일출모습./사진=뉴시스제휴
[글로벌이코노믹 특별기고] 둘째날인 10월24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는 황소옥 사장과 이동탁 처장을 대동한 후 호텔 뒤편에 있는 개발 부지를 먼저 답사했다. 그런 다음 회사 임원들과 같이 조찬을 하면서 그들이 그동안 구상해왔던 사업계획을 최대한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찬 후 옌(殷) 동사장이 직접 안내하는 대로 호텔 연회장 시설 및 중층부 비즈니스 호텔 영업 예정구간을 둘러본 다음 21층짜리 오피스텔 건물의 내부 모델 룸(복층 구조)과 9층 규모의 병원용 건물 내부 구조 등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그런 다음 오전 중에 남통시에서 후허호 관광지와 함께 양대 명승지로 꼽는 랑산(狼山)풍경명승구를 먼저 구경한 후 시가지 중심 상업구에 있는 백화점과 전문매장을 체크한 다음 중식을 하기로 했다.

그 후 남통박물관과 남통시 홍보전시관을 관람하고 시간이 남는 대로 과거에 면방직공장이었던 곳을 개조해서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장까지 가 본 다음 호텔로 돌아와 최종적으로 업무 협의를 하고 나서 만찬을 갖기로 스케줄을 짰다.

나도 어디 출장을 가면 스케줄을 빽빽하게 짜서 강행군을 하는 스타일인데 이 회사의 안내원들이 짜 놓은 스케줄을 보니 만만치가 않았다. 이런 뜻을 황 사장에게 전했더니 그가 웃으며 옌() 동사장은 일 밖에 모르는 분이라 직원들도 모두 그렇게 훈련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자기도 이런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 물론 나도 적극 동의했다. 내심으로 한국 사람들만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 중국인들도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는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중국의 저력을 느꼈다.

그런데 내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을 경험하게 된 것은 그날 아침 호텔 주변시설을 돌아본 다음 남통시 외곽 순환고속도로를 타고 장강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서 랑산 풍경명승구를 관광하는 자리에서다.

해발 100여 미터 밖에 안되는 낮은 산이었지만 장강 삼각주 평야지대인 남통시에서는 가장 높은 산인 이 랑산은, 장강 하구를 바라보며 이리가 웅크려 앉아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랑산이라 이름 붙여진 명소다.

꼭대기에 9층 탑형으로 지어진 사찰(寺刹)이 있고 거기에 오르는 구간 요소마다 작은 암자와 향을 파는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종교시설 관광지였다. 구복하며 기도하는 무리들의 향불 냄새가 산길에 진동을 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유치원부터 중고등 학생에 이르기까지 단체로 견학을 온 학생들로 인해 랑산은 온 산이 떠나갈듯 시끄러웠다. 그래도 그들이 싫지 않은 것은 어디, 어느 나라를 가든 어린 청소년들을 보면 그 밝고 순진한 모습이 아침햇살에 빛나는 순결한 꽃 같아서 그렇다.



회사 안내원과 남통시에서 동행한 상무국 직원 두 명이 앞서서 우리 세 사람을 인도하여 함께 산을 오르고 있는데 어디 중턱쯤 계단을 꺾어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앞서 가던 안내원이 뒤를 돌아보며 여러분들이 한국에서 오셨는데 여기 랑산에 한국인 묘지가 하나 있다고 하면서 그분은 1900년대 초반에 조선에서 이곳으로 망명해 오신 문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올라가려고 하는 방향과는 달리 산 우측 가파른 곳을 손으로 가리키는 것이었다.

만일 우리가 그 말을 그냥 흘려듣고 지나쳤으면 나는 이 기적의 만남을 영원히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꿈에서조차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인연이란 참으로 묘하고 신기한 것이다. 그 천운을 놓치지 않고 붙잡았으니 말이다.

<계속>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연변과학기술대 부총장, 평양과학기술대 부총장, 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