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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적 나발니,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미국 "야권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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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적 나발니,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미국 "야권탄압"

▲푸틴의정적으로꼽히는러시아재야지도자알렉세이나발니
▲푸틴의정적으로꼽히는러시아재야지도자알렉세이나발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38)가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에 맞서 반정부 활동을 주도해온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지도자다.

모스크바 자모스크보레츠키 법원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이브 로셰의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3100만 루블(약 5억9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알렉세이 나발리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3년 6개월에 3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그의 동생 올렉 나발니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변호인단은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나발니는 변호사 출신으로 2011년 총선 이후 푸틴 대통령의 3기 집권을 규탄하는 야권 시위를 이끌었다. 특히 나발니는 블로그를 통해 푸틴의 실정을 폭로하면서 반 푸틴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급부상했다.

앞서 검찰은 나발니 형제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배송업체를 이용해 이브 로셰의 돈을 횡령했다며 알렉세이에게 10년, 올렉에게 8년형을 구형했다.

나발니는 최후 진술에서 자신과 동생에 대한 사법 절차가 정치적 성격을 띤 것이라고 주장하고 동생 올렉이 실형을 선고받자 판사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그는 재판이 끝난 후 지지자들을 향해 "현 정권은 존재할 가치가 없으며 붕괴돼야 한다. 오늘 모두가 가두시위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나발니는 지난해에도 공기업 자산 횡령 혐의로 징역 5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는 등 반정부 활동으로 인해 당국의 재판을 받은 바 있다.
현지 인권단체 헬싱키 그룹 류드밀라 알렉세예바 소장은 "알렉세이에게 실형을 선고하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그에겐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동생인 올렉에게 실형을 선고해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재판 결과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야권 인사 탄압", "정치적 동기가 개입된 재판"이라며 비난했다.

제프 래스키 국무부 공보과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유죄 판결은 충격적"이라면서 "이번 판결에는 (반정부) 정치활동을 중단시키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독일 크리스토프 스트라세르 인권위원장도 "러시아 사법 당국의 이번 결정은 솔직한 시민 사회에 일격을 날리는 셈"이라며 "러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을 재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실의 대변인은 "나발니 형제에 대한 혐의가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판결에는 정치적 동기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나발니 지지자들은 이날 수도 모스크바 등지에서 이번 판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