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치권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을 ROTC(Republic of Total Corruption, 부패공화국)라고 부른다. 불법선거, 공금횡령, 뇌물수수, 방산 및 원전비리 등 헤아릴 수 없는 부패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세월호 침몰과 구조과정을 보면서 과연 부패공화국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다. 총체적 난국이요, 어디서부터 치유해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행한 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헌법 제45조) 이른바 면책특권이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성숙되지 못하고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에게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소중한 장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다르다. 면책특권을 악용해서 개인에게 모욕을 주거나 사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정쟁을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창구로 악용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발언을 무책임하게 내뱉는 행위, 직무상 행하는 발언이 아니라 정쟁의 도구로 전락한 발언은 어떤 식으로든 규제되어야 한다. 자신의 양심에 따라 사실이라고 하는 얘기는 국회 밖에서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 밖에서는 처벌을 받을까 겁나고 국회 안에서는 처벌을 안 받으니까 얘기하는 것은 비겁하다. 이렇게 당당하게 하지 못한 것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게, 남에게는 깐깐하게? 얼마 전 금품수수혐의의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었다. 방탄 국회를 통한 불체포특권에 여야는 한통속이었고 국회의원의 특권은 굳건히 수성되었다. 특권을 내려놓지 못하겠다, 언젠가는 자신도 불체포특권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내란죄, 중죄, 치안방해죄의 경우에는 불체포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치안방해죄에는 각종 경범죄까지 포함된다. 연방하원의원들이 시위에 참석했을 때 도로점거라는 불법혐의로 두 팔이 묶인 채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은 불체포특권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최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여부에 대한 여론조사결과, 찬성 68.6%, 반대 16.4%로 나타났다. 방탄 국회로 대변되는 불체포특권의 오·남용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근본적으로는 정치인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송광호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조사에서는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이 76.4%, ‘잘된 결정’이라는 응답은 6.4%에 불과했다. 독재 권력의 정치적 탄압에서 입법부를 지켜주자는 법제가 비리 혐의자들의 방패막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민생도 아니고, 국민은 더더욱 아니다. 오직 자신들의 기득권과 특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모르는 것은 정작 국민뿐이다. 1년 6개월이 지나고 20대 총선이 되면 여야의 정치인들은 또 다시 외칠 것이다. “기득권을 버리겠습니다. 특권을 버리겠습니다! 이번에는 꼭 믿어주십시오.”라고 말이다. 영민한 국회의원들은 이미 알고 있다. 잠깐 시끄럽다가 금방 괜찮아진다는 것을…. 대한민국에는 여야는 없고, 오직 국회의원만 존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