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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기구 설립놓고 금융위 '대략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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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기구 설립놓고 금융위 '대략 난감'

민주당의 금감위 설립案에 조직 축소 우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이 난관에 빠졌다. 민주당에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설치를 주장하면서 기존 추진 주체인 금융위원회가 쪼개질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14일 국회와 금융위 등에 따르면 민주당 이종걸, 민병두 의원 등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 건전성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독립된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의원 등은 이미 지난해 11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관련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이 법안은 현행 금융위원회를 건전성 감독 업무만을 수행하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권한과 지위를 축소시켜 '금감위-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위-금융소비자보호원'의 2+2체제로 바꾼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금융위는 '금융위'와 '금감원-금융소비자보호원'의 1+2체제를 추진해왔다.

이에 금융위는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정책과 감독의 분리 요구에 대해 정부조직법 개정 사안이라는 논리로 방어해왔던 게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에 의하면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분리해 넘기는 정부조직법 개정의 필요가 없다. 금융위 설치법 개정만으로도 금융위를 사실상 쪼개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금감원에서 금소원을 분리해 소비자 보호 전문 감독기관으로 만들 것을 계획했고 대통령 공약과도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금융위가 인사권, 예산권 등에서 과도한 권한을 가졌다는 비판이 있었고 최근 벌어진 카드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인해 금감원, 금융위 모두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됐다.

급기야 민주당에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설치를 주장하면서 금감위가 궁지에 몰린 것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금소원 설립이 실패하면 결국 대통령 공약도 파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당, 야당 모두 금융위와 금감원을 동시에 개혁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저축은행, 동양사태, 개인정보 유출 등 금융 사고는 공통적으로 금융정책의 실패이지, 금융 감독의 실패가 아니다. 금융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정부가 자신들의 힘을 키우려 해서는 안된다"며 "금융 소비자의 시각에서 법 제정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과 감독의 양 측면을 같이 고려할 기관이 필요하다"며 "정책과 감독의 분리 및 통합은 나라별로 표준이 있는 게 아니다. 분리보다는 통합이 신속한 대응과 효율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위의 반박은 자칫 밥그릇 지키기로 비춰질 공산이 크다. 이번 안이 학계와 시민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금융학자 143명에게 조사한 결과 제일 많이 찬성을 받은 안"이라고 말했다. 금융 관련 시민단체들은 민주당 안(案)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그동안 금융위가 각종 자리만 늘려놔서 금융관료들의 자리와 권한만 늘리는 모습을 보여온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측도 민주당 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의 반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의명분과도 맞부딪칠 공산이 크다. 금융위가 2+2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1+2안을 계속 주장하는 경우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고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이 지연되는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