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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ㆍ중공업에 쏠린 ABCP, 시한폭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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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ㆍ중공업에 쏠린 ABCP, 시한폭탄될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 투자금 회수에 증권사 돌려막기 드러나

[글로벌이코노믹=이성규기자]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가 우리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건설, 중공업 등 업황 부진 업종에 발행물량이 집중돼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도 건설, 중공업계에 몰려있는 ABCP의 발행 물량이 상당하며 순차적으로 이들에 대한 만기 물량이 도래된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 간의 수익률 보전을 위한 암묵적 거래가 존재해 위험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한국기업평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국내 ABCP 발행시장 중 부동산 PF규모는 약 15.4조원으로 전체 ABCP시장의 약 27.7%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향후 동양사태 등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ABCP 발행시장이 위축돼 유동성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증권업 종사자들은 지난해 동양건설 사태가 동양그룹 전체의 위기로 확대된 사건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정사업본부(이하 우정본부)는 작년 말 증권사 특정금전신탁에 맡긴 ABCP 등의 계약을 일부 해지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동양사태, 용산개발사업 등에서 ABCP의 취약성과 위험성이 드러난 것이 원인이다. 한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우정본부가 CP 매칭형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과도한 데다 이 상품에 내재한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부분도 우정본부 자금회수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큰 손' 우정본부의 ABCP 계약 해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장에 나온 물량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해지는 했지만 시장에 출회된 물량은 없다는 점에서 거래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가 작년 말 ABCP 신탁을 대거 해지했지만 실제로 시장에 나온 물량은 적었다“ABCP 물량을 누군가가 받아줬다는 것인데 작년 동양 등으로 매수자가 적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 증권사 채권 트레이더는 “증권사들 간 물량 돌리기, 소위 '바터'라는 관행이 증권업계에 존재한다신탁이 실적 배당상품이기에 수익률 제시는 불법이지만 우정본부 등과 거래가 끊길 것을 염려해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암묵적으로 거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병폐라고 지적했다. 바터란 증권사 간 신탁에 편입된 유가증권을 다른 증권사와 암묵적으로 거래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중간과정에서 일부 개인 고객들에게 해당 ABCP가 판매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A증권사가 운용하는 신탁계좌에서 손실이 났다면 이를 B증권사에 손실인식 없이 넘기고 환매주체에게 자금을 상환한다. 여기서 다시 A증권사가 같은 가격으로 사오면 이는 다시 A증권사의 손실로 인식된다. 손실은 그대로지만 환매 요구에 의한 일시적 유동성은 해소한 것과 같다. 신탁 계약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고객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위험을 피할 순 있지만 환매요구가 지속되다보면 돌려막기는 결국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경기 불황으로 건설, 중공업들이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자산을 기초로 한 ABCP가 전체 ABCP의 50%를 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기업에 자금 문제 등이 생기면 해당 기업 금리는 급등하고 이로 인해 ABCP 가격은 폭락한다. 따라서 현재 건설, 중공업체들의 부채비율이 높은 가운데 경기 부진 혹은 갑작스런 금리 상승 등이 이어진다면 ABCP 발행이 이들 기업들에게 쏠린 상황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바터 거래의 경우 대부분 가격이 낮아지는 ABCP , 부실채권의 경우가 많아 이를 통해 불완전 판매 등이 이뤄진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것이 문제라며 미국발 금융위기 또한 한 쪽으로 쏠렸던 것이 화근이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말 기준 우정본부의 ABCP투자 총액은 23조원이다. 추가적 해지가 나온다면 시장 매출 출회 혹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증권사의 경우 바터 거래의 유혹 등에 빠지게 되며 이는 시장의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 증권사 채권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규모 자체가 시장을 망가뜨릴 만큼 크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단 5%의 물량이 전체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상황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조적으로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가 발생하려면 많은 트리거(충격을 발생시키는 원인)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어설명
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Asset Backed Commercial Paper)으로 기업어음(CP)의 한 종류다. 주식이나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기업이 어음 발행을 통해 CP를 발행하는데 이를 SPC를 통해 변형시킨 형태가 ABCP. 단기적 성격 및 자금조달 비용이 일반 회사채보다 낮아 투자자입장에서는 안전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만족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측이 이러한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동양그룹 사태다.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