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시각ㆍ창의성 등 6가지 포인트 갖춰야 스타메뉴"

공유
3

"시각ㆍ창의성 등 6가지 포인트 갖춰야 스타메뉴"

[한국의 맛] 김진호 ㈜바나나 프라이 오너 셰프

'손대면 모두 성공' 뷔폐 레스토랑 '미다스의 손'


매장 오픈 전 소셜커머스 판매서 입소문 나 대박


질좋고 저렴한 가격 총 8개 섹션 최상의 맛 제공


뉴욕 32번가 오픈한 '한국형 뷔페식당' 명소로

한식 세계화 조리사들 전문적 도움 입어야 성공


▲김진호(주)바나나프라이오너셰프
▲김진호(주)바나나프라이오너셰프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 기자] 산업화 시기를 막 지나 한창 배가 고프던 시절 갖가지 음식이 차려진 뷔페는 환상 그 자체였다. 외식은 맘껏 배부르게 먹을 수 있던 뷔페에 가는 것을 의미했고 호텔 뷔페 레스토랑은 인기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허기진 배가 채워지자 뷔페는 약간 시들해졌고 전문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뷔페로 외식업계를 주름잡는 사나이가 있다. 바로 강남 교보타워사거리에 문을 연 대형 부띠크 뷔페 ㈜바나나 프라이 오너 셰프 김진호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문을 닫기 직전의 뷔페 레스토랑도 그의 손길이 닿기만 하면 성공한다는 김진호 오너 셰프를 만났다. <편집자 주>

-뷔페 레스토랑 이름이 독특합니다.

“바나나는 잘 익으면 너무 달지도 않고 쓰지도 않아요. 오랫동안 요식업계에 몸 담으면서 음식은 일정한 맛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느껴왔어요. 각종 요리법에도 변하지 않고 일정한 맛을 내는 바나나처럼 질 좋고 일관된 메뉴를 고객에게 선보이겠다는 의미에서 브랜드명을 ㈜바나나 프라이로 했지요. 여담이지만 처음엔 바나나 키친으로 지었다가 이미 상표 등록이 되어 있어 바나나 프라이로 했어요.”

그는 매일같이 요리를 체크한다고 한다. 아침 점심 저녁마다 맛을 체크한 후 잘못된 부분은 곧바로 수정을 지시하며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간다. 사실 부띠크 뷔페를 오픈하기 전 그는 매장 설계, 인테리어, 메뉴구성과 함께 접시, 컵 등 각종 식기류를 직접 주문 제작하는 등 자신의 손으로 다른 뷔페 레스토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해 10월에 오픈한 후 고객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매장 오픈을 홍보하기 위해 실시한 소셜 커머스 판매가 대박을 쳤어요. 처음엔 300~400장 정도의 판매량을 예상했는데, 이미 방문했던 고객들의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4000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지요. 아마도 단독 매장으로는 판매 1위를 차지했다고 들었어요. 그러나 고객이 한꺼번에 많이 몰리면 물리적으로 만족을 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이제는 소셜 커머스 대신에 정직과 신뢰로 승부합니다.”

-그러면 대박을 친 비결은 무엇입니까?

“호텔급 퀄리티의 음식을 보다 저렴하게 제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프리미엄 음식을 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뷔페를 운영한 덕분이지요. 바나나 프라이는 총 8개의 섹션으로 구성해 각 섹션별 메뉴가 이를 전문점으로 하는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뷔페 시장이 침체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품질 좋고 맛 좋은 메뉴를 보다 저렴하게 제공한다면 고객이 몰려들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바나나 프라이의 미래를 소개해주시죠.

“바나나 프라이 직영 매장을 국내에 3~4개 정도 더 오픈할 생각입니다. 그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하와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으로 진출할 꿈을 갖고 있어요. 미국에 있을 때 지인과 함께 뉴욕 32번가에 오픈한 ‘그리운 미스코리아’, ‘하루하나’ ‘상하이 몽’ 등 3곳의 매장은 벌써 명소가 되었어요. ‘그리운 미스코리아’는 오픈한 지 1년밖에 안 되었지만 매월 7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30평에 불과한 ‘하루하나’는 월 매출 2억 1000만원 정도 됩니다. 이 같은 경험으로 볼 때 깔끔하고 정갈한 한국형 뷔페 바나나 프라이의 해외 성공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합니다.”

-오너 셰프로서 개인적인 꿈은 무엇입니까?

“오랫동안 호텔에서 근무한 호텔리어로서 제대로 된 한옥호텔을 지어볼 생각입니다. 국내 최고의 신라호텔이 부분적으로 한옥의 특성을 도입했다면, 제가 꿈꾸는 한옥호텔은 한옥과 호텔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형태의 부띠크호텔이 될 것입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벌어서 10년 안에 꿈을 이루고 싶어요.”

-셰프에서 오너 셰프로의 변신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1994년 63빌딩에 입사했어요. 2년 동안은 물건을 배달하고 설거지만 했어요. 물론 초보자로서 허드렛일을 하는 게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요리실력보다는 학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한 연공서열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1년이 지난 뒤 무조건 미국으로 가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산본에서 여의도로 와 6시50분부터 1시간 반 동안 영어공부를 하고 회사에 출근했어요.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고 더 넓은 세계에서 다양한 요리를 접해보고자 다양한 인종이 모여살고 있는 미국으로 무작정 떠났고 그곳에서 전 세계의 요리를 경험하고 배웠어요. 이후 프레지던트호텔을 거쳐 한국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총주방장 자리를 제안받고 미국 유학의 경험을 살려 세계 각국의 요리들을 마음껏 펼쳤어요. 대중들이 리버사이드호텔이라고 하면 뷔페를, 호텔뷔페라고 하면 리버사이드호텔을 떠올릴 정도로 두 단계 이상 업그레이드 시켰지요.”

-미국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미국생활은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어요. 지프차를 타고 33개주를 누비며 코리아타운, 저팬타운, 인도타운, 유대인타운 등 다민족 국가의 민속음식을 두로 경험했어요. 다른 나라 대신 미국을 택한 건 다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 문화를 느끼자는 생각에서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외식의 유통 구조를 체험하고 푸드컨설팅도 배웠습니다.”

-망해가는 뷔페도 김 셰프의 손을 거치면 대박을 터뜨리는데….

“제가 거쳐간 곳이 모두 잘 되어 그런 소문이 난 것 같아요. 저와 함께 일한 조리사들이 믿고 따라주며 열심히 한 결과입니다. 굳이 노하우라고 말한다면 가격 대비 질 좋은 음식으로 승부하는 겁니다. 뷔페는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40%를 넘지 않으면서도 최상의 품질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래서 바나나 프라이는 뷔페에 차려지긴 했지만 한식이든, 일식이든, 양식이든, 중식이든 어떤 전문 레스토랑에 가더라도 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어요. 그게 대박을 터뜨리는 비결입니다.”

-현장에서 아쉬움 같은 건 없었습니까?

“조리 자체는 천직이라 즐거운데 조리사에 대한 처우가 항상 아쉬웠어요. 달마다 2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려줘도 경영자 입장에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 직원 복지에 대해 전혀 신경을 써주지 않아요. 그 때문에 의견충돌이 많았어요. 고생하는 직원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실력 있는 조리사는 오래 있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부분이 늘 아쉬워 제가 경영자가 되면 직원들에게 최고의 복지혜택을 주는 일터로 만들자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조리 분야에 36명, 홀 서비스에 15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우선 1일 10시간, 주 5일제 근무의 원칙으로 지키고 명절이나 직원 생일에 식사권을 줍니다. 이것으론 직원복지라고 할 수 없어서 인사과에 직원의 사기를 돋울 수 있는 각종 복지제도에 대해 연구해달라고 지시를 해놓았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저와 함께 고생한 조리사들에게 소규모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입니다. 특히 미국에서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경험했기에 특별한 메뉴를 개발해 브랜드를 만들고 다점포를 할 때 직원들에게 최우선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다양한 외국음식을 경험한 것에 비춰볼 때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은 있는지요?

“어느 나라나 고유의 전통비법으로 요리를 합니다. 상대방 문화가 존중되어야 하듯이 음식도 존중해줘야 하지요. 그런데 한식은 다른 외국음식에 비해 과학적이고 건강에도 좋기 때문에 세계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가수 박진영이 뉴욕에서 한식당을 차렸지만 1년 만에 문을 닫은 사례에서 보듯이 접근하는 방법은 고민을 해야 해요. MB시절 김윤옥 여사까지 나섰지만 한식이 세계화 되지 않은 건 한식당을 외국에 차리면 된다는 너무나 얄팍한 생각 때문에 실패했어요. 음식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므로 세계인이 한식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세계화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한식은 아직도 갈비와 비빔밥 수준을 못 넘고 있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현지화 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해야 합니다. 유명인을 내세워 이벤트를 하다보면 오히려 한식의 브랜드를 갉아먹기 때문에 메뉴를 제대로 개발할 수 있는 조리사를 내세워야 성공할 수 있어요. 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 21인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장에서 한식을 요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기업이 사업을 할 때 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처럼 한식의 세계화에 있어서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그때 가서 좀더 자세하게 생각해볼 것입니다. 우선 편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일상생활 속에서 한식을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각 지역을 순회하며 한국인의 밥상에 오르는 메뉴를 생각해보면 어떤 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지 답이 나옵니다. 정부 당국에서 떡볶이를 세계화 한다며 100억 원을 쏟아 붙는데, 솔직히 동남아인을 제외하고 미국인이나 유럽인은 돈을 주어도 먹지 않아요. 그들의 식감이 우리와 다른데다가 시각적으로도 군침이 돌게 하지 않거든요. 세계인에게 통하는 스타 메뉴를 만들려면 음식에 친근감이 들게 하고 시각적으로 보기에도 좋아야 합니다.”

-스타메뉴를 개발하는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스타메뉴를 개발하는 데에는 시각, 난이도, 창의성, 원가, 과학성, 노하우 등 6가지의 관능포인트가 기준이 됩니다. 음식을 만들기 전 아이디어 단계부터 이 관능포인트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예컨대 5가지의 조건을 충족시켰다 하더라도 원가가 맞지 않는다면 스타메뉴가 될 수가 없어요. 또 시각, 창의성, 원가, 과학성, 노하우를 충족시켜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요리라면 스타메뉴가 될 수 없어요. 철저하게 6가지 관능포인트를 적용해 메뉴를 개발하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야 스타메뉴로 탄생되는 것이지요.”

-6가지 관능포인트를 적용한 메뉴를 소개한다면….

“조리의 원칙이 정해졌으므로 샐러드는 신선하고 상큼하게 샐러드답게 나가고, 육류는 즉석 구이로 나가게 됩니다. 이것저것 해보고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관능포인트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바나나 프라이에는 연인을 위한 ‘바닷가재 필링을 곁들인 광어무스와 전복알라크림’, 가족모임을 위한 ‘칠면조 바비큐’, 전복회, 산낙지회, 키조개회, 방어회, 전복안심스테이크, 간장게장, 양념게장, 육회, LA갈비, 양갈비, 장어구이, 왕새우구이, 브로콜리수프 등 150여 가지의 고급스러운 메뉴들을 뷔페 상에 올리고 있어요.”

바나나 프라이를 오픈한 지 3개월 남짓 만에 고객들의 입맛과 발길을 사로잡은 김진호 오너 셰프. 그는 ‘양보다는 질로 승부한다’는 원칙 아래 좋은 재료가 아니면 맛을 낼 수 없는 다양한 메뉴를 자신 있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