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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두타'의 '공습' 위기의 '동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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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두타'의 '공습' 위기의 '동대문'

후이메이 등 중국 쇼핑몰의 부상… '동북아의 샘플실'로 전락 '경고등'

[그린 경제=편도욱 기자] 동대문 의류상가가 강력한 라이벌의 출현으로 '비상경보'가 켜졌다.

23일 코트라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동대문 의류상가를 벤치마킹한 중국 광저우의 의류상가들이 '급부상'하면서 동대문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 디자인을 따라 잡히면 동북아의 ‘샘플실’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광저우 의류상가는 중국의 동대문거리라고 알려진 ‘잔시루(站西路)’로 최대 의류 도매시장은 ‘잔시루(站西路)’에 있는 ‘후이메이(匯美)’쇼핑몰이 위치해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1300여 개의 매장이 몰려있다.

매장 인테리어와 상품 구성이 동대문과 흡사하며 ‘후이메이’는 마치 서울 동대문 패션타운의 ‘유어스’나 ‘두타’와 흡사하다는 평가다.

지난 2007년 문을 연 ‘후이메이’는 아예 한 층을 ‘한국부’로 만들어 동대문 출신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동대문 벤치마킹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동대문 출신 상인들의 영업노하우 유출되면서 ‘후이메이’가 성공, 다른 의류상가들도 앞다퉈 동대문 스타일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한 것.

디자인부터 의류제조 및 유통의 전 과정이 반경 5~10㎞ 이내에 위치, 패션 트렌드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동대문방식이 전파된 셈.

‘후이메이’에서 의류매장을 운영 중인 원용연씨의 말에 따르면 "몇 년 전만 해도 디스플레이(진열)나 인테리어 개념이 없던 광저우 상인들이 동대문을 드나들면서 품질 수준을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잔시루 상권에는 후이메이외에도 '바이마(白馬)', '톈마(天馬)' 등 15개가 넘는 대형 의류 도매상가가 몰려 있는 상태다.
후이메이 바로 옆 '진두(金都)의류상가'는 현재 1400평 규모의 지하 1층을 리모델링해 한국 상인들에게도 분양하고 있다.

잔시루의 의류상가의 품목 판매가격은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반면, 중국 특유의 저가 도매시장도 '스산항(十三行)', '샤허(沙河)'도 존재감이 발휘하고 있다.

이곳은 옷 한 벌에 1위안 한화로 약 175원 미만의 마진만 붙여 ‘박리다매’로 영업하는 곳이 많다.
현지 한국인은 이를 ‘1원 떼기’라고 부르고 있다.

광저우의 대형 의류상은 대부분 서울에 조선족 직원을 따로 고용해 동대문 쇼핑몰을 돌며 제품디자인을 사진 찍어 보내게 한 뒤, 디자인을 베껴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행태가 확산돼 동대문에서 디자인하고 광저우에서 카피한 불법 의류가 역으로 싼값에 한국에 들어오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

한 한국상인은 "서울 동대문에서 팔리는 물건의 80%는 광저우에서 넘어온 것"이라며 "한국의 생산기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방직 기계를 사들이면서 한국인 기술자도 같이 영입, 현재 품질을 높이고 있는 상태다.

서울 동대문 상인과 동대문 출신 기업인들은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광저우 의류시장'을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중국산 옷은 값은 싸지만 품질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가격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 봉제기술도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

서울대 조동성 교수는 "동대문은 현재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밀라노∙파리의 창의력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며 "원단 품질이나 디자인 능력까지 광저우 의류시장에 따라 잡히면 동대문은 동북아 시장의 샘플실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