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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푸드는 몸과 마음에 주는 최고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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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푸드는 몸과 마음에 주는 최고의 선물"

[한국의 맛] 로푸드 전문가 경미니 셰프

생것 날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삶 전체 바뀌어


가공되지 않은 자연상태 음식이 가장 건강한 식단


과일과 채소로 다양한 색깔의 주스 만들기도 쉬워


외국선 이미 로푸드 열풍…국내엔 이제 시작단계

▲로푸드전문가경미니셰프
▲로푸드전문가경미니셰프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 기자] “단지 먹는 게 바뀌었을 뿐인데 삶 전체가 바뀌었어요. 몸에 존재하던 리셋 버튼이 마침내 눌러진 것처럼 말이죠.”

로푸드 전문가 경미니 셰프가 자신이 체험한 경험담이다. 그는 만성피로와 어깨 결림, 부종 등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러다 열을 가하지 않고 생것을 먹는 로푸드가 몸에 좋다는 걸 알고 로푸드를 찾아 헤맸다.

국내에는 로푸드 전문가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무작정 미국에서 출판된 로푸드 관련 서적 100여 권을 독파하기 시작했다. 로푸드에 관한 지식을 차곡차곡 쌓은 결과 어느덧 자기도 모르게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지난 2012년부터 뉴욕시립대학원에서 건강 정책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경미니 셰프는 현재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로푸드 하우스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편집자 주>

-로푸드(Raw Food)란 무엇인가요?

“로푸드란 말 그대로 가열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음식을 떠올리겠지만 로푸드가 꼭 익히지 않은 날음식만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식품 건조기를 이용해 재료들을 말리기도 하고 따뜻하게 데우기도 합니다. 로푸드는 가공식품, 통조림, 냉동식품, 과자 등 패스트푸드의 반대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베지테리언이나 비건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베지테리언(Vegetarian)은 일반적으로 고기는 제한하지만 우유와 버터, 치즈 등의 유제품을 먹어요. 비건(Vegan)은 고기는 물론 유제품을 먹지 않지만 콩으로 고기의 식감을 낸 콩고기나 콩으로 만든 콩고기 패니나 채소와 씨앗으로 만든 채소 패티를 먹지요. 그런데 로푸드 식단을 고수하는 로푸디스트(Raw Foodist)는 러비건(Raw Vegan)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러비건은 비건처럼 고기류와 유제품을 먹지 않는 것은 같지만 섭씨 48도 이상으로 가열한 음식은 먹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요.”

-밀가루, 버터, 유제품 없이 만드는 로푸드를 통해 다이어트를 제안하고 있는데….

“다이어트는 살을 빼는 게 아니라 식단이라는 의미에요. 로푸드 다이어트는 가공되지 않고, 조리되지 않은, 자연 상태 그대로의 음식이 가장 건강한 선택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하지요. 기름에 볶고 튀기고 굽는 조리법이 아닌, 생채소 그대로 샐러드로 먹거나 즙을 내어 주스로 만들어 먹습니다. 혹은 너트류와 씨앗류, 해조류, 허브, 건조 과일 등을 이용해 일반 요리 못지않은 다양하고 맛있는 메뉴들을 즐길 수 있어요. 사실 몸을 살찌우는 음식은 고기류와 빵, 케익, 쿠키 등 베이커리류가 많아요. 고기나 빵이 일단 맛있기 때문에 대부분 포기하지 못하는데, 로푸드를 통해 식생활 습관을 바꾸어야 해요. 생활방식과 식습관을 개선해주는 게 로푸드 다이어트입니다.”

-로푸드 다이어트의 효과는 어떻습니까?

“로푸드 다이어트는 몸에 좋지 않은 우리를 살찌게 하는 음식들을 끊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로푸드를 먹다보면 우리 몸은 자연스러운 상태에 가장 가까워집니다. 사실 로푸드를 시작하기 전 저희 집 식단은 심각했어요. 어머니는 야채는 안 드시고 커피와 고기만 드시고 아버지는 닭고기, 라면, 피자를 즐기셨어요. 저도 자연스럽게 이런 음식을 먹다보니 중학교 때는 괜찮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니까 졸려서 공부를 못할 지경이었어요. 교실이나 독서실에 앉아 있으면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병아리처럼 졸기만 했어요. 만성 피로 현상은 회사에 입사한 후에도 변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로푸드를 먹은 후 일주일 만에 효과가 나타났어요. 머리가 몽롱하고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리멍텅한 게 사라지고 몸이 가벼워졌어요.”

경미니 셰프는 로푸드를 먹기 전까지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일을 못했다고 한다. 머리가 흐리멍텅한 나머지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로푸드 식단을 고집하면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일반 패스트푸드를 즐겨도 견딜 수 있었지만 4~5일이 지속되면 몸이 옛날로 돌아가는 걸 느꼈다고 한다.

“현대인은 음식이 넘쳐 나는 세상에 살다보니 생명유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만족감을 위해 음식을 먹습니다. 그렇다보니 열량은 넘쳐나는데 종종 영양분이 부족한 아이러니가 일어나요. 로푸드는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함으로써 식욕이 과도하게 넘쳐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뉴욕에 살면서 주변 사람에게 로푸드 식단을 권유했더니 체력이 좋아지고 비만인 친구 남편은 2주만에 8㎏을 감량했어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중심이 되는 효소가 살아 있는 생식요리는 말은 좋은데, 맛이 없지 않습니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처음에는 채소와 과일의 양을 2대 8의 비율로 드시다가 점차 적응이 되면 과일의 비중을 줄이고 채소의 양을 늘리면 좋습니다. 특히 로푸드 초보자의 경우 어린 시금치나 새싹류에 바나나를 많이 넣으면 채소의 맛을 가릴 수 있어 부담이 적습니다. 처음에는 달콤하게 먹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설탕 대신 곶감을 넣거나 허브 잎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 스테비아를 넣는 것도 좋습니다. 전문가들 가운데 과일 대신 스테비아를 추천하는데 저는 그보다 과일로 맛을 조절할 것을 권합니다.”

-맛있는 주스를 만들기 위한 팁을 가르쳐주세요.

“채소의 양은 녹색 잎채소 반, 당근과 비트 같은 뿌리채소 반 정도가 적당합니다. 구하기 쉽고 본인이 좋아하는 채소를 고르되 여러 종류의 녹색 잎과 다양한 색깔의 채소로 주소를 만들면 좋아요. 보통은 시금치, 케일, 로메인상추, 새싹채소, 파슬리, 샐러리 등이 주요 재료가 됩니다. 비트는 디톡스 효과가 좋은 반면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역류할 수도 있으니 달걀 크기 정도부터 조금씩 양을 늘려가시는 게 좋습니다. 주스에 레몬을 넣으면 디톡스 효과가 높아져요. 겨울철에는 생강을 넣어주면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레시피에는 정답이 없으므로 정확한 재료의 양보다는 들어가는 재료를 먼저 파악하고 나만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주스를 만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최근 재능기부 프로젝트인 ‘엔조이 그린’을 진행하신 걸로 압니다.

“힐링아트협회가 주관한 재능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엔조이 그린’은 먼저 로푸드를 배우고 싶어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의한 후 거기서 얻은 수익금으로 경기 양평군 소재 복지관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채소와 과일로 스무디를 만드는 워크숍인데,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호응을 해주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지금 현재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요?

“2002년 중앙대 신방과를 졸업한 후 한국수출입은행에 입사해 2009년 캄보디아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처음으로 기아에 굶주린 아이를 보며 앞으로 배고픈 아이를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난 2012년 뉴욕시립대학원에 들어가 건강 정책 석사과정을 밟고 있어요. 국민건강 개선을 위한 공부인데, 제가 활동하고 있는 로푸드와 접목해볼 생각입니다.”

-국내에서는 로푸드가 아직 생소한데 미국은 어떻습니까?

“로푸드가 알려지기 시작한 지 10년이 됐어요. 아직은 주류는 아니지만, 로푸드 메뉴를 파는 레스토랑이 꽤 있어요. 비만이 심각한 뉴욕에만 4개의 로푸드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또 로푸드 주스바가 속속 등장해 길을 지나가다가도 쉽게 사먹을 수 있어요. 심지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도 로푸드를 팔고 있고, 스무디 아이스크림 요거트 전문점도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도 이전과 달라진 풍경입니다. 특히 로푸드 주스나 스무디를 통해 다이어트와 디톡스를 하는 할리우드 유명인이 많아요. 케이티 홈스, 메간 폭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미란다 커 등이 주인공들이지요. 영화 ‘파괴자들’에서 남미 최대 마약 조직의 여자 보스 엘레나 역을 맡았던 셀마 헤이엑은 주스 브랜드를 만들어 론칭하기도 했어요.”

-그러면 한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야말로 로프드가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입니다. 헤럴드에코팜에서 클렌즈 주스로 통용되는 해독 주스가 상업 생산 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5명의 로푸드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어요. 지난 2012년 좋은 것을 혼자만 알고 있기가 아까워 생활방식과 식습관을 개선해주는 로푸드 다이어트를 알리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 ‘러헤븐의 안녕 로푸드’를 만든 후 관심을 가진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지금까지 24명에게 알리사 코헨 로푸드 레벨2 자격증을 수여했고, 최근에도 12명이 수업을 했어요.”

-앞으로 활동 계획은?

“요리 쪽보다는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사람으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특히 건강 정책과 MBA 전공 경험을 살려서 기업과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활동도 구상중입니다. 무엇보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영양 전문가가 이론을 강의하고 셰프가 요리를 합니다. 시청자들은 셰프를 따라서 요리를 하기보다는 대부분 눈으로 감상하는 것으로 그칩니다. 제가 원하는 건 집에서 우리 몸에 좋은 그린 스무디 한 잔을 직접 만들어 보게 하는 겁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 ‘로푸드 버디’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식생활 습관 개선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혼자 하라면 못하겠지만 누군가 친구가 되어 나 오늘 이걸 먹었다, 배고픈 데 참았다, 미션이 끝난 후 효과를 보았다 등의 말을 들으면 다같이 성공할 확률도 높아질 것입니다. 가끔 오프라인에서 만나 얼굴을 보며 로푸드를 통한 생활습관과 식습관 개선활동의 힘든 점을 서로 털어놓으면 혼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