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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불균형ㆍ거래불공정ㆍ제도 불합리 '3不'을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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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불균형ㆍ거래불공정ㆍ제도 불합리 '3不'을 넘자

동반성장3.0 걸림돌 제거 빠를수록 창조경제도 조기 실현



[글로벌이코노믹=이진우 기자] 동반성장 3.0시대로 가는 여정에는 여전히 크고 작은 걸림돌이 널려 있다.
지난 노무현 정부의 동반성장 1.0시대와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 2.0시대로 이어지는 9년에 걸쳐 정부는 상생협력, 동반성장이란 이름으로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확산 및 정착을 적극 유도하는 동시에 대기업에 압박의 강도를 높여 왔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아직도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실태를 제시하며 개선 및 시정을 호소하는 반면에 대기업은 중소 협력업체들이 기술 및 품질의 경쟁력 향상에 신경쓰지 않고 경영지원 자금 받는데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대기업을 때론 달래고 때론 강권하는 강온책을 동원하는 한편, 중소기업엔 선진국 못지 않은 각종 정책자금과 제도적 지원을 베풀며 자생력 강화를 유도했지만 기대에 못미치고 있어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동반성장의 이해당사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인식의 간극이 크고, 국가 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두 기업 주체를 안고 가야 하는 정부의 고민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동반성장 3.0 시대를 대립과 충돌 없이 ‘사회적 대타협과 합의’를 통해 앞당기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에 해당하는 동반성장 관련 현안들을 짚어본다.


<1> 수·위탁 하도급거래 불공정

하도급거래에서 대기업(위탁기업)과 중소 협력업체(수탁기업) 간 동반성장의 발목을 잡는 불공정 형태는 납품대금 지급기일 준수여부, 초과기간의 지연이자 또는 어음 할인료 지급 여부, 서면계약서 교부 여부 등이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의 경영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불공정 형태로 지목받는 게 납품대금 결제다.

정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제27조)에 의거해 해마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 간 수·위탁 거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2008~2011년 위탁기업의 납품대금 결제방식’ 조사자료에 따르면 현금결제 비율은 2008년 40.0%에서 2011년 65.5%로 크게 개선된 반면에 어음결제는 16.9%에서 16.6%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금결제가 늘어났으니 납품대금 여건이 나아진 것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으나, 수탁기업의 반응엔 온도차가 있다.

즉, 대기업들이 현금결제를 확대하는 대신에 포괄적 현금성 결제에 포함되는 어음대체결제, 즉 구매자금대출, 구매전용카드, 네트워크론을 연계해 들쭉날쭉 지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금결제 비중이 높이는 대신 어음대체결제 비중을 줄여 결국 전체 현금성결제에선 별반 달라진게 없다는 얘기다. 또한 어음결제 기한(60일이내 지급)을 초과하는 위탁기업 비율이 늘어났다는 점도 중소 협력업체들의 불만 사항이다. 중기청에 따르면 어음결제 기한을 넘기는 비율이 2008년 6.8%에서 2011년 15.8%로 2.3배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반론도 만만찮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의 ‘200대 기업의 2012년 동반성장 추진성과 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업체(110개사)는 평균적으로 하도급법에 따른 법정지급기일 60일보다 약 60% 단축된 23.7일 이내에 하도급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1년의 31.5일보다 7.8일 단축된 것이라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특히 국내 위탁기업의 결제대금 지급 기일은 다른 해외 글로벌 기업의 평균 57.5일보다 33.8일 일찍 지급하는 것이라고 전경련은 강조했다.



<2> 납품단가 조정

납품단가 관련 불공정거래의 주 형태는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이다.

국내외 원자재의 가격이 상승한데 따른 수탁기업이 떠안는 납품단가 인상 요인을 대기업이 수용하느냐와 법적으로 보장된 단가조정 요청에 대한 지연, 오히려 위탁기업의 단가인하 요구(단가인상분 전가)를 놓고 대·중소기업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작년 4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납품 중소기업의 56.2%가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1년 중소기업중앙회의 실태조사에서도 중소 수탁기업들이 대기업 위탁기업과 납품거래에서 겪는 최대 애로점으로 원자재 가격상승분의 납품단가 미반영(48.8%)일 정도로 납품단가 관련 최대 불만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위탁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42.4%)에 대한 원성도 높았다.

이같은 조사결과에 맞서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의 2012년 200대 기업 실태조사에선 응답기업(106개사) 92%가 ‘원자재 가격, 환율 등이 변동되면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 변동 시 실제로 납품단가 조정 노력을 반영한 대기업 비율은 53.9%(115개사 중 62개사)로 전년보다 17.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에 해외 글로벌기업에 납품하는 국내 대기업 35개사 중 63%인 22개사는 해외기업으로부터 원자재 가격 및 환율 변동에 따른 가격 조정을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3> 일감 몰아주기

일감 몰아주기란 대기업의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뜻한다.

공정위가 작년 8월 조사 발표한 ‘2012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그룹사)의 계열회사간 상품·용역거래 현황’에 따르면 46개 대기업집단의 전체 매출액(1407조 2000억원) 중 계열사 매출액(186조 3000억원) 비중은 13.2% 차지했다.

특히 비상장사(1136개) 내부거래 비중은 24.5%로 상장사(237개)의 8.6%보다 3배 가량 높았고,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38개) 내부거래 비중(13.6%)도 총수가 없는 집단(8개)의 11.1%보다 2.5%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계는 MRO, 시스템통합(SI) 사업에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심하다며 반발해 왔고, 그 결과 동반성장위원회는 2011년 11월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 30%를 기준으로 증여세 부과를 결정해 일감 몰아주기를 제한하는 ‘MRO 가이드라인’을 공표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대기업의 반발과 일부 규모가 큰 중소기업의 역피해 논란이 불거지자 최근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계열사간 내부 거래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부당한 특혜성 거래만 규제하겠다’고 정리하면서 후퇴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2월27일뚜레쥬르(CJ푸드빌)허민회대표이사(왼쪽부터),대한제과협회김서중회장,파리바게트(파리크라상)조상호대표이사는서울구로동반성장위원회에서적합업종제과점업동반성장을위한합의서에서명하고,제과점업의동반성장의지실천을밝혔다.[사진=동반성장위원회]
▲지난2월27일뚜레쥬르(CJ푸드빌)허민회대표이사(왼쪽부터),대한제과협회김서중회장,파리바게트(파리크라상)조상호대표이사는서울구로동반성장위원회에서적합업종제과점업동반성장을위한합의서에서명하고,제과점업의동반성장의지실천을밝혔다.[사진=동반성장위원회]


<4>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지난 2007년 1월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의 폐지로 해당업종에 대기업 진출이 잇따르면서 부활한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제도이다.

지난 2010년 9월 이명박 정부가 마련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에 근거해 시행돼 온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대·중소기업이 참여한 민간기구 동반성장위원회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지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동반성장위원회는 2011년 9월 1차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 16개, 11월 2차 적합업종 품목 25개를 지정한데 이어 12월엔 3차 적합업종 38개를 추가 선정했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환영하면서도 일부 중견기업에 역차별의 문제가 생겨 반발하고 있으며, 대기업들도 사회분위기상 수용입장을 밝히면서도 보호지정 시한인 3년 내에 과연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현안을 보는 시각과 현실적 대안

앞의 동반성장3.0 관련 4개 현안에서 보듯 동반성장 문제를 바라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본 인식과 현실에는 그동안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장벽이 가로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대기업들이 보는 동반성장의 문제는 우선 대기업의 동반성장 동참에도 불구하고 중소 협력업체의 신기술 연구개발(R&D) 노력과 품질 혁신이 미흡하다는 반응이 많다.

또한 동반성장이 시장이나 기업의 자율이 아닌 정부 개입으로 이뤄지는 것에 마뜩찮은 표정이며, 불공정거래 유형이 위탁기업(모기업)과 ·1차 협력업체 간 야기된 문제보다 1차 협력사와 2,3차 협력업체 간 심각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동반성장의 확대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소기업계는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생태계가 빨리 조성되길 원하며, 아울러 대·중소기업 간 하도급거래 대금의 정상 결제, 대기업의 무차별적 진입을 제한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확대를 희망하고 있다.

이같은 대·중소기업 간 인식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동반성장 3.0’의 정책 방향으로 정부와 산업계는 동반성장 문화를 대기업(위탁기업)과 1차 협력업체(수탁기업) 관계에만 한정될 게 아니라 1차 협력업체와 2·3차 협력업체까지 확산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에 국한되는 사업자 수는 국내 전체 사업자 약 300만개의 고작 1%밖에 안돼 아무리 대기업-1차 협력업체의 동반성장이 잘 이뤄져도 2,3차 협력업체로 낙수효과가 없으면 ‘허울뿐인 동반성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대·중소기업 모두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는 진정한 동반성장 3.0시대를 누리기 위해선 보다 실질적인 대안들이 실천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 동반성장위원회 등 동반성장 관련 민관 기관들은 동반성장 3.0시대 안착을 위해 우선 동반성장 문화의 확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전의 동반성장 1.0과 2.0시대를 거치면서 기울였던 정책적 노력의 반성과 혁신의 연장선상에서 동반성장 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모두 추진 주체로서 동반성장 실현가능 모델을 개발 보급하는 한편,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들에 동반성장의 체감도를 높이고, 2,3차 협력업체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동시에 동반성장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대기업(위탁기업)의 과감한 동반성장 투자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대기업의 퍼주기식 협력업체 지원은 지양돼야 하겠지만, 협력사의 기술 및 품질 경쟁력 향상을 전제로 한 민간 투자를 적극 활성화시켜야 글로벌 경쟁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고,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공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30대그룹의 협력업체 지원실적이 2010년 8922억원에서 2012년 1조7908억원으로 2년새 2배 증가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밖에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범정부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하고, 민간 합의를 전제로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의 강화 및 확대도 결국 중소기업의 자생력과 대기업의 내수기반을 진작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