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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향군인회 '무대뽀 대출' 3968억 빚더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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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향군인회 '무대뽀 대출' 3968억 빚더미에

[글로벌이코노믹=온라인뉴스팀]재향군인회가 높은 이자를 챙기기 위해 6185억을 무분별하게 대출해주다 이 중 3968억원을 회수하지 못해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게 됐다.

검찰은 대출 비리에 연루된 재향군인회 간부 3명을 포함해 시행사 관계자 등 총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강남일)는 수천억원대 부실 대출로 재향군인회에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K산업개발 이모(53) 대표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재향군인회 윤모(70) 전 사업개발본부장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경남 창원의 주상복합 신축사업에 시행사로 참여했던 이 대표는 2007년 재향군인회에 시공상 재무제표, 도급순위 등을 허위로 작성한 서류를 제출해 430억원의 부당 대출을 받은 혐의다.

조사결과 이 대표는 부실 대출을 묵인한 대가로 안모(55) 전 재향군인회 사업개발본부 주택부장에게 현금 1억원을 건넸으며, 대출금 가운데 27억원을 공사대금으로 집행하지 않고 임의로 빼돌려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시행사에 연대보증을 서주고 허위 재무제표 등을 재향군인회에 제출해 대출을 도운 건설업체 J사 박모(46) 본부장도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또 육군 소장 출신으로 재향군인회에서 부동산 PF대출을 총괄했던 윤 전 본부장이 2006~2007년 모두 420억원 규모의 부실 대출을 지시한 사실도 적발했다.

윤 전 본부장은 평택 아울렛 매장 건축(150억원), 안산 워터파크 건설(220억원), 태백 아파트 리모델링(50억원) 사업 명목으로 시행업자에게 420억원을 대출해주는 과정에서 적절한 대출서류 심사나 사업성 검토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김모 전 재향군인회 사업개발본부 관리부장은 윤 전 본부장의 지시로 태백 사업장에 50억원을 불법 대출해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안 전 주택부장은 경기 평택 아울렛 사업장과 안산 워터파크 사업장에 370억원을 부실 대출해주고 시행사 대표로부터 5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향군인회 간부들과 공모해 각각 220억원과 150원을 불법 대출받은 안산 사업장 시행사인 O리조트 김모(41) 대표와 평택사업장 시행사인 O건설사 신모(51) 대표도 각각 구속 기소됐다.

김 대표는 불법 대출을 묵인한 대가로 재향군인회 안 전 부장에게 4억원을 뇌물로 건넸고, 신 대표는 허위 분양자 명의로 금융기관에서 12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은 뒤 8억원을 부동산 매입대금 등으로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장 부지를 매수하기 위해 지주동의서를 허위로 작성·제출해 재향군인회로부터 130억원을 사기 대출받은 서울 을지로사업장의 시행사 신모(65) 대표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2월 재향군인회로부터 9개 사업장의 부실 대출 의혹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뒤 수사과정에서 1개 사업장의 부실 대출을 추가로 인지해 총 10개 사업장의 부실 대출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재향군인회는 신규 수익사업 발굴을 명목으로 금융기관에서 6~8%의 이자로 대출받아 이를 다시 시행업자들에게 20%의 고금리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10개 사업장에 적게는 50억원부터 많게는 1239억원까지 대출해줬다.

이런 방식으로 총 6185억원을 대출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사업장 운영 중단 등으로 2217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3968억원은 회수하지 못해 모두 손실로 떠안게 됐다.

내부에 투자심의실무위원회와 수익사업심의위원회를 두고 대출 심사를 벌였지만, 사업성 여부 등에 대한 검토를 철저히 하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형식적인 심사에 그쳤다고 검찰은 전했다.

때문에 재향군인회가 PF대출을 시작한 이후 부채 규모는 2004년 1474억원, 2006년 1645억원, 2007년 3523억원, 2008년 4348억원, 2009년 5908억원, 2010년 5329억원, 2011년 6819억원으로 매년 급증했다.

재향군인회가 부실 대출로 인해 6000억원 상당의 빚을 떠안자 관리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에서 신규대출 중단을 권고했지만 이마저 강제성은 없기 때문에 부실 대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강제적인 수단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허술한 구조가 재향군인회의 부실 대출을 키운 꼴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나라 부동산 거품이 심했던 그 무렵에 재향군인회가 수익사업 투자를 해보려고 대출해 줬지만 시행사에서 실제로 정해진 용도로 쓰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10개 사업장 외에 다른 사업장에서도 부실 대출과 같은 비리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범죄의 단서가 될만한 부분은 확보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재향군인회는 1952년 제대장병 3만여명을 기반으로 창설된 뒤 1961년 법인으로 격상돼 현재 전국에 850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직영사업체로는 종합사업본부,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본부 등이 있으며 산하기업체로는 중앙고속, 향우산업, 통일전망대, 충주호관광선, 재향군인회 상조회 등을 갖고 있다. 이번 10개 사업장 부실 대출에 따라 채무를 떠안더라도 자본금 규모가 70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