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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히사시의 산촌일기(20회)]신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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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히사시의 산촌일기(20회)]신과 자연

[글로벌이코노믹=혼다 히사시 시인] 기독교의 경전인 구약성경 서두의 「창세기」에는 천지창조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신이 7일 동안에 천지를 만드시고 모든 동식물을 만드셨으며 또한 빛을 만드시고 마지막에 인간을 만드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물론 「창세기」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존재하는 저마다의 창세신화 역시 이와 비슷한 천지창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는 종교적 의미를 떠나, 거의 모든 창세신화의 스토리 구도인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이야기에 흥미가 있다. 현재의 자연과학적 측면에서 보면 신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로 비쳐질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의 감각 다시 말해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처럼 인간이 본래의 감각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지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세계관이다. 논리가 아닌 오감이 받아들이는 세계관인 것이다.
해와 달을 비롯해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마주 할 때, 혹은 육지와 바다에 서식하는 곤충이나 벌레, 그리고 온갖 들짐승과 날짐승들, 거기에 다양한 형태의 식물들과 물고기들을 떠올려보면 인간의 힘을 초월한 그 어떤 위대한 존재가 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위대한 존재를 신이라 부르며, 우러러보고 경배하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이유가 된다.

그리스 신화를 필두로 세계의 신화들이 범신론적인 세계관 일색인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즉,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사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사고는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을 신이 창조했다는 것의 반증일지도 모른다.

일본 불교에는 실개성불(悉皆成仏)이란 말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부처가 된다는 뜻이다. 즉, 원래의 형상대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인간도 그들 중 하나이므로 다른 생물과 다를 바가 없다.

즉, 본래 있어야할 모습이란 애초에 신이 창조한 그 세계를 일컫는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을지언정 다양하고 풍요로운 태초의 자연. 그것이야말로 신이 깃들어 있는 자연임과 동시에 신이고 부처라고 할 수 있다. 원시신앙을 나타내는 동굴벽화들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인간이 언어를 획득하면서 잃어버린 세계가 바로 신의 세계다. 거기에서 신과 자연은 하나이고 같은 의미다.

이러한 신의 세계인 자연에 비추어 우리들 인간의 교만을 바로잡아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한다. 수없이 언급해 온 것처럼 ‘자연=신이 없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으니까….

/번역: 신현정(가나가와 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