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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외풍’ 바람박이는 내수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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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외풍’ 바람박이는 내수 강화

[글로벌이코노믹=이성호기자]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의 부침에 고스란히 노출돼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위험이 커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육박하면서 대외의존도가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세계경제가 성장기에 진입했을 때는 과실을 누릴 수 있지만 침체국면에 빠질 경우엔 다른 나라보다 도 심각한 고통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한국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가 우려되는 것은 자칫 경기가 위축되면서 국제자본이 한국시장에서 빠져나갈 경우 증시와 채권시장,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되면서 한국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이 동시에 외풍에 휘둘릴 위험에 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여건 속에서도 서비스산업의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산층을 육성해 내수 기반을 튼튼하게 할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고 조언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대외의존도=한국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져 급기야 60%대에 육박하고 있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1∼3분기)에 57.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할 경우 연간기준으로도 57%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1970년의 수출비율 13.2%에 비해서는 4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외환위기 전인 1996년 27.7%에 비해서는 2배 이상으로 높아진 것이다.

GDP 대비 수출비율은 정부가 경제개발 초기 단계부터 수출을 통한 성장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은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20%대에 머물던 수출비율은 1998년 44.3%, 2008년 53.0%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40%와 50% 대를 돌파했다.

수출비율이 이처럼 상승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내수는 위축된 반면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위기 극복과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고환율을 지지하며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와 수출을 독려해 왔다.

여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것도 한 몫했다,

삼성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내수 성장의 어려움 때문에 수출이 경제 성장에 기여한 공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인구증가율로 봤을 때 한국은 성장률이 3%대로 낮아졌어야 하지만 수출 덕분에 4∼5%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비스산업 육성 등 체질개선 필요=수출 중심의 경제인 한국경제는 세계경제가 성장국면에 있을 때는 큰 혜택을 보지만 거꾸로 침체기에 진입하게 되면 빠르게 위축되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지난해 급격하게 추락한 것도 유럽의 재정위기와 중국의 성장정체라는 대외 요인 때문이었다.

덩달아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들은 실적이 급감하면서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3분기 상장기업 중 화학, 기계, 철강금속 업종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33.32%, 12.39%, 10.63% 감소했다. 4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여전했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년간 수출 의존도가 극도로 높아졌기 때문에 성장 둔화 효과가 과거보다 더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원은 "수출 의존형 경제라는 것은 외국의 경기에 우리의 목숨을 내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대외 의존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정책의 독자성을 상실해 스스로 경제를 끌고 가는 힘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서 수출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수출비율이 60%까지 높아진 현 시점에서는 경제의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산층을 강화하고 소비력을 높이는 한편,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통해 내수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장기 저성장 환경에서는 내수를 키워야 한다"며 "정부는 복지를 늘리고 재정에서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 사람들의 소비력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수출을 통해 번 돈을 외국이 아닌 국내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교육, 문화, 여행, 의료 등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으로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고용 비중은 약 70%로 선진국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제조업 중심의 경제에서 서비스산업으로 무리하게 체질을 조정할될 경우 생산성이 떨어지고 국가 경쟁력이 위축되는 문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한규 연구위원은 "성장률이 일정수준 유지되려면 생산성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이나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보다 생산성이 높지 않아 불가피하게 성장률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