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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과징금 폭탄'…기업들 "죽을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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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과징금 폭탄'…기업들 "죽을맛"

최대 8배까지 급증... "경제 침체에 더 힘들게 한다" 기업들 울상

[글로벌이코노믹=이진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올들어 기업들에 부과한 과징금 규모가 최근 5년간 최대 8배까지 크게 증가해 가뜩이나 대내외 경제 악화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1~11월 기간에 기업들에 징수한 총 과징금 액수는 9138억원에 이른다. 작년 징수액 3473억원의 2.6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근 5년간 징수액 추이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2008년 1311억원 ▲2009년 1108억원 ▲2010년 5074억원 ▲2011년 3473억원을 징수, 올해 11월까지 누적 징수액이 최대 8.2배에서 최소 1.8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초 제시했던 징수 목표액 4029억원과 비교하면 공정위는 한 달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이미 2.7배 ‘초과 목표달성’을 거둔 셈이다.

올들어 주요 기업과징금 내용을 살펴보면 1월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 TV, PC 등 가전제품의 가격담합 인상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446억원을 부과받았다.

3월에는 라면 제조 4개사인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가 역시 라면값 인상담합 혐의로 1354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특히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라면업계 1위 농심은 1000억원 이상을 게워내야 했다.

같은 달에 휴대전화 가격의 ‘눈속임’ 할인 행위를 한 SK텔레콤, KT, LGU 등 이동통신 3사와 휴대전화 3사에 453억원의 과징금이 내려졌다.
이어 6월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입찰 담합 행위로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SK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8개 건설사에 1115억원을, 7월 들어 계열사에 일감몰아주기를 한 SK그룹 7개 계열사에 346억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이같은 공정위의 과징금 징수 수위가 높아진 배경으로 업계는 이명박 정부의 기업정책 기조 변화를 꼽고 있다.

정권 출범 초기에 경제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기업 프렌들리(친기업)’ 정책을 취하던 이명박 정부가 총선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인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공정사회’ 기조로 전환하면서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분석이다.

특히 기업들은 공정위가 올들어 무리하게 과징금 징수를 몰아부친다는 지적이다.

올해 가격담합 건으로 과징금을 물은 A기업의 관계자는 “정부를 상대로 (과징금 문제점을) 직설적으로 지적하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사실 과징금이 과다한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담합이 아닌데도 공정위가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설사 과징금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걸더라도 정부를 상대로 한 재판이라 결과를 예상하기 쉽지 않고 소송기간도 3~4년 걸리기 일쑤여서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들은 과징금도 부담이지만 더 크게 우려하는 부분으로 기업 이미지 손상을 들고 있다.

역시 올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징수를 당한 B기업의 관계자는 “과징금 부분은 어떻게든 사업을 열심히 해 메우면 되지만 이미지 손상은 오래 가기 때문에 매출 감소로 직결, 적자 전환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관계자도 “공정위 입장에서는 과징금을 적게 때리면 ‘봐주기’라는 여론이 일고, 많이 때리면 ‘과징금 폭탄’이라고 반대여론이 형성돼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기업으로선 과징금을 받은 사안이 너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아 결국 행정소송으로 명확하게 밝혀지길 바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업들의 반응에 공정위는 공정거래 정착을 위해 조사를 강화하다보니 과징금이 더 걷힌 것일뿐 특별한 의도가 개입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공정위는 내년 과징금 징수 목표액을 올해 목표치보다 50% 많은 6034억원으로 책정했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민주화 조치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공정위의 기업 조사 강도는 내년에도 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