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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상생의 길' 찾다 된서리 맞은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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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상생의 길' 찾다 된서리 맞은 유통업계



▲ 강은희 유통·제약담당 기자[글로벌이코노믹=강은희 기자]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며 한동안 지자체와 대형마트들 간의 소송으로 세상이 시끌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형마트들이 못살겠다며 반발하고 있어 전세가 역전된 모양새다.


지난 1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 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을 월 3일 강제하고, 현행 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의 대형마트 영업금지시간을 오후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로 4시간을 확대했다. 또 대형마트가 점포개설할 때 주변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요건을 강화하고, 사전입점예고제 등의 규제를 강화했다.



앞서 15일에는 지식경제부가 홍석우 장관 주재로 제1'유통산업발전협의회' 회의를 열어한 달에 2회 평일에 휴무하고, 2015년까지 대형마트 출점을 자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하루만에 더 강화된 규제내용이 국회에서 나와 대형마트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골목상권 살리자더니 대형마트 죽이자는 거냐. 상생의 길을 찾겠다고 의욕적으로 나섰는데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연간 8조원의 매출이 줄고 대형마트 등에 납품을 해오던 농가나 근로자들도 줄줄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주장이다.




이번 규제안은 유통업계만 반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도 당황해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 사는 30대 직장인 이연주 씨는 남편도 나도 일이 평소 늦게 끝나는 편이라 금요일 밤 늦게나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편이었는데, 내가 필요한 시간에 물건을 살 수 없게 된다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많이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국회의 이번 행보가 얼마 안남은 대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전통시장 살리기냐 대형마트 죽이기냐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냐를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상인들이 자율적인 상생의 길 찾기에 나선 상황에서 굳이 국회가 나서서 쫓기듯 개정안을 처리한 과정에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다.



국회가 과정은 무시한 채 업적세우기, 생색내기식 결과도출을 위한 법 개정이 자칫 많은 반발과 부작용을 부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은 걸까? 얼마 안 남은 대선에 판단이 흐려지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