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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신의 경제포커스] 중소건설사 유동성지원 효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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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신의 경제포커스] 중소건설사 유동성지원 효과 있나


[글로벌이코노믹=송계신부국장] 정부가 경영난에 빠진 건설업계에 8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건설업 금융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은행들은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정상화뱅크(배드뱅크)’로 2조원의 부실채권을 사주고 정상화뱅크와 별도로 올해 말까지 1조7,000억원 규모 PF 부실 사업장의 정상화를 추진한다.

이번 대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받는 위기 업체들이 한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중소 건설사들을 살릴 수 있는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제한적인 효과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주택 수요를 늘리는 데서 찾아야 하는데 이번 대책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폐지나 취득세 완화 같은 내용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중소 건설사에 8조원 지원

-유동화증권 3조원, PF 부실채권 4조원 매입
-브릿지론 부활·패스트트랙 연장등 1조원공급
-채권행사 3년간 유예 ‘대주단 협약’ 1년연장

금융위원회가 13일 발표한 건설업 금융지원 강화방안의 주요 내용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브릿지론 부활, PF 부실채권 매입 등을 통해 8조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경영난에 빠진 건설업계에 긴급 자금을 투입해 부도사태를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우선 금융위는 P-CBO 발행 규모를 1조7,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려 건설사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P-CBO는 아파트나 빌딩 등 건설사의 자산을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모아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이다. 다음 달 7일 1차 발행을 시작으로 차례로 발행한다.

기존에 P-CBO 발행에 편입됐거나 발행액을 아직 갚지 못해도 신규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발행 한도는 중소 건설사 500억원, 중견 건설사 1,000억원이다.

2008년과 2010년 약 1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된 브릿지론 보증은 2년 만에 부활한다. 공사대금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제도다.

브릿지론 보증은 이달부터 내년 7월까지 운영한다. 공공 공사대금 채권을 담보로 업체당 300억원까지 보증을 제공한다. 공급 규모는 약 5,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P-CBO 발행과 브릿지론 보증 등을 통해 어려움에 빠진 건설사에 대해 유동성 지원을 확대키로 한 것이다.

금융위는 은행들이 건설사의 PF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정상화뱅크(배드뱅크)'로 2조원의 부실채권을 사주도록 했다.

1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이달중 먼저 사들이고, 부실이 추가되는 사업장이나 정상화가 늦어지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1조원을 더 사들인다.

정상화뱅크와 별도로 은행들은 올해 말까지 자체적으로 1조7,000억원을 투입해 PF 부실 사업장의 정상화를 추진한다.

유동성을 지원하면 살아날 수 있는 기업에 특별보증을 제공해 자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패스트트랙(신속지원제도)'은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한다.

패스트트랙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도입돼 5차례 연장됐다. 패스트트랙 적용 건설사에는 보증비율이 40%에서 65%로 높아진다. 지원 예상 규모는 약 5,000억원이다.

채권 행사를 최장 3년까지 유예하는 ‘대주단 협약'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한다. 협약에는 17개 시중은행을 비롯해 173개 금융회사가 가입돼 있다. 대주단에 속한 채권단이 4분의3 이상 찬성하면 채권 행사를 유예하는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다.

주채권은행과 대주단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간 건설사의 PF 사업장을 두고 자금지원에 갈등을 빚는 문제는 ‘정상화 약정(MOU)'을 만들어 해결한다.

MOU는 ▲PF 사업 자금은 대주단이, 다른 자금은 주채권은행이 지원 ▲공사대금 지급 관련 이면계약 금지 ▲주채권은행과 대주단의 이견조정 기구 설치 등이다.

PF 사업의 대주단과 건설사의 주채권은행 중 어느 쪽이 지원해야 할지 불분명한 자금은 양측이 반씩 지원하고 나중에 정산키로 했다.

#업계 살리기에는 '역부족'

-시공능력 100위권 건설사중 25개 부도상태
-구조조정대상 36개사중 17개사가 건설업체
-은행 PF 대출금 약 11조원 올해 만기 도래

금융위의 지원방안이 위기에 처한 업체들에 유동성이 공급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효과를 낼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장기 부동산 침체와 대규모 PF의 만기도래를 감안할 경우 어려움에 빠진 건설업계를 전반적으로 회생시키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현재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00위권 건설사 중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를 받는 업체는 총 25개사에 이른다.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2012년 대기업 신용위험정기평가 결과에 따르면 구조조정 대상 36개사 가운데 17개사가 건설기업이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의 재무구조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2011년 기준 전국 종합건설업체의 부채비율은 145.12%에서 150.14%로 높아졌다. 차입금의존도는 22.12%에서 22.79%로 전년에 비해 0.67%포인트 상승하는 등 재무 건전성이 나빠졌다.

총 자산과 매출액이 각각 7.4%, 12.7% 늘었음에도 부채비율이 증가한 것은 건설경기와 주택경기 침체로 경영 환경이 극도로 악화돼 차입금이 10.7%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업계 줄도산의 '뇌관'인 PF 대출금 약 11조원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이 가운데 만기 연장이 어려운 부실 사업장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은행들은 건설경기 침체를 고려해 올해 만기되는 PF 대출 가운데 부실하거나 사업성이 불투명한 대출을 회수할 계획이어서 건설업계로서는 설상가상이다.


#사후약방문보다 예방대책 절실

-취득세 감면시 부동산거래 월 2.8% 증가효과
-대주단협약·패스트트랙 가시적 효과까지 연장
-DTI규제 풀고 취득세 완화 등 수요대책 필요

건설업계는 금융지원 방안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을 원하고 있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브릿지론 부활, PF 부실채권 매입 등의 조치도 필요하지만 주택 수요를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금융권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선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업계와 금융권의 판단 기준이 달라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업장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즉 부도난 시행사 빚을 건설사가 대신 갚아 이미 부실 사업장이 됐는데도 금융권은 이런 사업장을 정상으로 보기 때문에 PF 정상화뱅크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분양이나 입주 갈등이 불거진 부실징후 사업장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면밀히 조사하되 선제적으로 잠재 부실에 대처해야 할 필요도 있다.

분양이 잘 됐어도 입주 분쟁이 금융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현실을 고려해 금융권도 미납 중도금의 연체료를 감면해주는 등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PF 정상화뱅크 규모를 1조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고 대주단 협약과 패스트트랙을 1년 연장하는 한시적인 대책보다는 시간적 제한을 두지 말고 가시적인 효과를 낼 때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주택 수요를 늘리고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풀고 취득세 완화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취득세 감면 혜택이 시행되면 주택 거래량이 증가했던 과거의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11년 3월22일 발표한 주택거래활성화 방안으로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50% 추가 감면해준 결과 감면 조치 이후 지난해 말까지 주택 거래량은 2.8% 늘어났다.

취득세 감면 기간이 9개월인 것을 고려하면 이 기간에 25%의 거래량 증대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당시 정부는 9억원 이하 1가구1주택자인 경우 취득세율을 2%에서 1%로, 9억원 초과 1가구1주택 또는 다주택자는 4%에서 2%로 인하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가운데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은 취득세 등 조세정책이라는 방증이다.

주택시장은 올해 수도권은 물론 5대 광역시까지 침체로 돌아섰으며 지방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 전체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주택변화 패턴을 예측한 전국 차원의 종합적인 정부 대책을 내놔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