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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방황 기다리면 다시 돌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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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방황 기다리면 다시 돌아와요”

'학교폭력 예방 학부모수기' 대상내용 공개


"모범생이던 우리 아들이 갑자기 문제아로 낙인찍혀 당황했지만 무조건 믿고 기다렸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참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온다는 진리를 얻게 됐습니다."


경기도에 사는 주부 김경혜(가명)씨는 초등학교 때까지 모범생이었던 자신의 아들이 중학교에 올라가더니 반항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였다.



중학교 1학년 때는 반항을 하더라도 학교는 빠지지 않았지만 2학년이 되고부터는 학교를 결석하기 시작했고 부모인 자신도 피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무섭게 달라지는 아들을 바라보면서 사춘기인가 싶어 책도 찾아보고 선배들의 조언도 구하면서 아들을 달랬다.



하지만 아들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 친구들과 외출을 자주 하면서 가끔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속수무책인 아들을 보면서 애원도 하고 눈물도 흘렸다. 아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신의 아픔을 부각시켜 겁을 주기도 했지만 아들은 점점 더 어둠속으로 빠져 들 뿐이었다.


2학년 2학기 때는 학교에서 보는 모든 수행평가를 보지 않고 수업을 빠지거나 결석을 해 버렸다. 중간고사나 학기말 시험도 전혀 보지 않고 부모를 피하면서 밖으로만 돌았다.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자 정학처분과 자퇴의 위기, 문제아의 낙인이 찍힌 채 학교를 시골로 옮겨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김씨는 자녀와의 바람직한 소통의 첫번째 길은 부모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방황하는 아들을 보고 자녀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건강한 부모가 가장 좋은 부모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부모의 에너지는 자녀에게 바로 전달되면서 하루하루 넘치는 기쁨과 행복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선 내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명상도 하고 좋은 생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또 아들에게 더불어 사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매주 토요일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소에 가서 봉사를 했다. 그러자 작게나마 변화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봉사에 관심없었던 아들도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 직접 밥도 먹여주기도 하고 청소도 말끔히 해 주면서 부모와, 다른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김씨는 그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아주 시시한 것도 공감하고 참아주고 기다렸다.



그는 "그 암흑 같은 시간 속에서도 아들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던 것은 내가 유일하게 잘한 일 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2학기부터는 공부를 열시히 해 볼 생각이라고 말해 무척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에야 아들이 중학교 2학년때 폭력서클에 가입했던 사실과 뒤늦게 서클의 정체를 알고 빠져나오면서 당했던 협박과 폭행 사실을 알게됐다.



김씨는 "워낙 말이 없고 매사를 혼자 해결하곤 하던 아들이 그렇게라도 말해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그토록 전학을 원했던 아들의 모습과 학교 안다니면 안 되냐고 애원하던 아들에게 그런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아무 말도 못한 아들의 심경이 어떠했을지 참으로 안쓰럽고 미안하기만 하다"고 속상해 했다.



김씨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김정문알로에가 실시한 '학교폭력 예방 학부모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