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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신의 경제포커스] 금리 전격인하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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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신의 경제포커스] 금리 전격인하 ‘약’인가 ‘독’인가


[글로벌이코노믹=송계신부국장] 한국은행이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3.0%로 전격 인하했다. 2011년 6월 3.25%로 올린 뒤 13개월만에 금리를 다시 내린 것이다.

이날 깜짝 금리인하로 채권값이 폭등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대혼란을 겪었다. 물가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시장이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채권시장의 흐름은 한은이 하반기에 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을 감안한 금리인하 결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장과 소통하지 않는 한은의 독선적이고 눈치보기식 금융정책에 대해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13개월만에 전격 금리 인하


-기준금리 연 3.0%로 0.25%포인트 인하

-국내경기 적신호, 물가에 자신감 얻었다

-세계 각국 경제살리기 정책에 한은 동참
한국은행은 12일 김중수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전월보다 0.25%포인트 낮은 연 3.0%로 내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2011년 6월 3.25%로 0.25%포인트 올린 뒤 13개월만에 금리를 전격 내린 것이다. 한은이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계속되고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며 국내 경기까지 침체에 빠지는 모습이다.

결국 한은이 금리 인하라는 강력한 카드를 커내 경기부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는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 재정정책과 함께 경기를 살리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대외적으로 세계 각국이 유로존 재정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는 것이 이번 한은의 금리 결정에 중요한 배경이 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여전히 유럽시장은 불안한 모습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최근 6개월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로 발행한 것이 대표적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을 반영한 지표다.

실물경기 역시 좋지 않다. 유로존의 성장률은 1분기 0.0%에서 2분기 마이너스 전환이 점쳐진다. 실업률은 5월에 11.1%를 기록해 전달의 사상 최고치를 뛰어 넘었다.

미국과 중국 역시 경제전망을 낮추고 경제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 2.4~2.9%에서 6월 1.9~2.4%로 하향조정했다.

그동안 선방했던 고용도 꼬꾸라졌다. 민간부문의 신규고용은 6월에 8만4,000명 느는 데 그쳤다. 10개월 만에 최저다. 5월 8.2%로 상승 반전한 실업률은 지난달에도 같은 수준을 이어갔다.

중국도 지난 5일 1년 만기 예금 금리를 0.25%, 대출금리는 0.31% 내렸다. 한 달 새 2번째 금리 인하다. 강력한 추가 경기부양책도 시사했다. 중국 성장률이 7%대로 뚝 떨어져 경기부양의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도 한은의 이번 금리 인하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제자리걸음을 하며 흑자 규모가 급감했다. 특히 유럽연합(EU)로 수출은 16.0%나 줄었다. 중국으로는 1.2% 감소했다.

수출이 감소하자 기업의 심리도 급랭했다. 지난달 조사된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크게 악화됐고 수출·내수기업의 업황전망 역시 모두 하락했다.

기업이 움츠리자 고용시장은 단번에 얼어붙었다. 6월 취업자 증가 폭은 40만명 아래로 주저앉았다. 9개월 만에 최저다.

민간소비도 악화될 전망이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물가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13일 하반기 경제전망 발표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 3.5%를 한 번 더 하향조정할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3.19%까지 내려가는 등 기준금리를 밑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결국 금통위가 칼을 빼들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날로 악화되는 대내외 경제 상황 앞에서 더 두고 보기 힘들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금통위의 발목을 잡았던 물가가 안정세를 보인 것도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을 도왔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다. 4개월 연속 2%대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물가상승 압박을 견딜만큼 다소 여유가 생긴 것이다.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 역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6월엔 3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1% 아래로 내려갔다.


#채권값 폭등, 주가 급락

-시장금리와 기준금리의 재역전 현상 발생

-한은 하반기 0.25%P 금리 추가인하 예상

-은행 다음주 대출 및 예금금리 내릴 전망


이날 한은의 깜짝 금리인하로 채권값이 폭등하고 주가는 급락했다.

기준금리 인하 직후부터 가파르게 추락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다시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졌다. 연내 추가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앞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반기에 추가로 2차례 더 인하돼 연말 금리는 2.50%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날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에도 국내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더 부각되면서 증시 폭락의 원인을 제공했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4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이날 장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24%포인트 폭락한 3.07%,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22% 떨어진 2.97%로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또다시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갔다.

통상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최소 0.40%포인트 높은 게 정상이기 때문에, 시장 금리는 이미 2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이번 기준금리를 계기로 은행들도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금융채, 국고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연달아 내려가 대출·예금금리 인하를 이끌어낸다.

당장 CD 금리가 이날 장중 0.21%포인트 떨어졌다. 신용대출의 대부분과 주택담보대출의 상당 부분이 CD 금리에 연동하고 있어 대출자들은 이자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기업엔 ‘숨통’ 가계빚 ‘양날의 칼’

-기업 자금조달비용 감소로 투자증가 기대

-가계 이자비용 줄며 원리금상환 부담 완화

-기대 인플레이션 높아지면 물가에 큰부담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통화정책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 금리가 떨어져 소비와 투자 환경을 좋게 한다. 이자가 줄면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완화된다.

그러나 이 같은 실물경제 개선 효과가 실제로 언제, 얼마만큼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가계는 돈 빌리기가 쉬워져 가뜩이나 줄지 않는 가계빚 규모를 늘릴 우려가 있다. 물가상승을 자극해 서민 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은행도 잇따라 대출·예금 금리를 인하하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인다. 은행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어 자금조달이나 운용에 한결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한은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0.02%포인트 올리고, 내년에는 효과가 더 커져 0.09%포인트 상승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리 인하 효과가 기업의 자금사정을 얼마나 개선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기업이 겪는 있는 자금난은 시중에 유동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기불황으로 은행이 돈 빌려주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은행의 입장에 따라 기업 대출시장에는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10원 넘게 떨어졌고, 외국인은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금융시장을 크게 요동치게 했다.

한국 경제의 불안요소인 가계부채에 금리 인하는 '양날의 칼'이다.

대출을 받은 서민들은 이자 부담이 준다.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79조5,000억원이다. 신용대출 만기도래액 추정치 18조5,000억원을 합하면 올해 만기도래액은 약 98조원이다.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을 보여주는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올해 3분기 38까지 치솟아 9년 만에 최고치였다. 가계의 빚 갚을 능력이 악화한 상황에서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면 가계부채의 위험도는 그만큼 낮아진다.

그러나 '가계빚 1000조원 시대'에 금리 인하는 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예전보다 싼 이자로 자금을 더 많이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의 과잉공급이 가계부채 몸집을 불린 만큼 유동성을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금리를 내려 가계대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가계부채는 3년 평균 0.5% 정도 늘 수 있다"면서도 "가계대출이 부동산 가격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견해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