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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기업문화(2)]경기변동엔 둔감,정부정책엔 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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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기업문화(2)]경기변동엔 둔감,정부정책엔 민감




SK텔레콤, 통화품질 개선 보다 불필요한 이미지 광고 주력


美‧日이동통신사, 통화품질 경쟁할 뿐 이미지 광고는 자제


이동통신‧에너지 주력하면서 해운‧물류‧건설‧유통 축소 바람직

전략없는 글로벌化, 참담한 실패로 되돌아와



SK의 Business: Product & Market

기업문화 진단의 두 번째 DNA는 사업(business)으로서 제품(product)과 시장(market)으로 구성된다. 국내 대기업이 전문성 없는 종합백화점 사업을 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을 평가하기 어렵다. 그룹의 간판기업 제품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계열사는 구색 맞추기용에 불과하다. SK텔레콤, SK에너지,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를 대상으로 제품/서비스의 시장경쟁력,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 살펴보자.

에너지‧정보통신은 부동의 1위 고수



SK에너지는 대한석유공사가 유공을 거쳐 SK㈜로 바뀌었다가 2007년 SK㈜가 지주회사로 되면서 제조사업 부문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SK에너지는 유전을 직접 개발하거나 원유를 수입해 정제 후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전문적인 용어로 보면 에너지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생산량의 45%이상을 수출하고, 국내 에너지 시장 점유율 40%로 절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페루,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직접 유전을 개발하고 있다. 주요 수입국은 중동,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다. 오일과 LNG/LPG를 수입, 정제해 판매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SK는 한국이동통신의 대주주가 되면서 정보통신업에 진출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IT혁명과 더불어 모바일 인터넷시장이 열렸고, SK텔레콤은 한때 시장 점유율 60%를 넘나들 정도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유했다.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800Mhz 대의 주파수를 확보한 이점도 있지만 마케팅도 잘했다. 그러나 2G시장에서 확보한 우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3G, 4G로 넘어가면서 점차 점유율이 낮아지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사업전망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SK의 제품을 분석해 보면 에너지, 이동통신 분야 국내 1위를 달성하였지만 다른 사업은 국내 시장에서조차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했다. 에너지‧화학이 50%를 넘어서고 정보통신이 약 20%로 전체의 70%가 이 두 분야에 집중되어 사업취약성이 존재한다. SK텔레콤을 제외하면 소비재 제품이 없어 일반인에게 기업 인지도는 낮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인프라사업을 주축으로 안정적인 제품군을 확보해 경기변동에 둔감하지만 정부정책에는 민감한 사업구조를 갖췄다.

획기적인 서비스도 살리지 못해


소위 말하는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인프라 사업을 많이 한 SK의 경우 마케팅 능력이 소비재 제조유통을 한 삼성, LG, 현대차 등과 비교하면 매우 뒤떨어진다. SK의 마케팅 능력을 평가할 잣대로 삼은 것은 SK컴즈의 ‘싸이월드’라는 미니홈피 서비스와 ‘네이트온’ 메신저다.

먼저 2001년도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국민을 ‘싸이폐인’으로 만들었다. 2009년 가상의 대용화폐에 불과한 도토리 판매액만 연간 1000억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후 출현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거센 돌풍을 견디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니홈피가 썩고 있다’는 카피 광고로 방문자를 유도하려는 ‘고육지책’까지 하는 처지에까지 몰렸다.

다음으로 SK컴즈 입장에서 보면 ‘네이트온’을 이야기 하면 더욱 울화통이 터질 것이다. 2005년 세계 시장을 지배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신저인 MSN을 누르고 최고 자리에 등극했지만, 모바일 세상에는 대응하지 못했다. 컴퓨터 기반의 메신저인 네이트온은 우수한 기술력과 다양한 부가서비스로 국내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지만, 정작 모바일 메신저는 ‘카카오톡’에게 자리를 내 줬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네이트온이 카카오톡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1위 자리에 안주하면서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는 참담하다. 무료 모바일 메신저에 불과한 카카오톡이 무료음성통화 서비스라는 카드로 SK텔레콤, KT, LGT 등 메이저 이동통신사를 위협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이다. 한국 대기업의 조직 구조상 혁신이 어렵지만 서비스산업은 창의적인 서비스개발과 마케팅이 핵심 경쟁력이라는 사실마저 잊었다고 본다. 조직 내부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외부혁신을 게을리 하면 어떤 기업도 살아남지 못한다.

어설픈 조삼모사 마케팅은 국가경쟁력 훼손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도 아픔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점유율이 50%을 넘어 독과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언론에 가장 많은 광고를 한 업종이 이동통신, 금융, 건설이었다. 이들 업종 기업들이 과소비를 부추겼고, 국가자원의 불합리한 배분을 강제해 국가경쟁력을 훼손했다. SK텔레콤의 광고전략은 다른 계열사보다는 더 공격적이었고,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뒀지만 그림자도 크다.

먼저 연예인 등 유명 인사를 수십 억 원의 모델료를 지급하고 방송, 신문, 가로변 광고판 등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 부었다. 불필요한 이미지 광고에 투자한 돈은 모두 가입자의 부담으로 전가되었다. 지금도 본질적 경쟁은 뒤로 한 채 모든 이동통신사들이 홍보성 매스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연예인 모델만 보고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는 소비자도 왜곡된 시장구조형성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동통신사가 무슨 이미지 광고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이동통신사는 통화품질 경쟁을 할뿐 연예인을 동원한 이미지 광고는 자제한다.

다음으로 짚어야 할 대목은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를 교묘하게 조합한 마케팅 정책이다. 제조업체와 담합하여 단말기의 출고가를 높게 책정하고, 요금을 깎아준다는 빌미로 높은 요금제를 선택하게 하는 마케팅전략을 구사한다. 국내 단말기제조사들이 해외보다 국내에서 동일한 단말기를 수십 만원이나 비싸게 판매한다는 사실은 각종 시민단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로 밝혀졌다. 자사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이동통신사가 오히려 단말기 제조업체와 짜고 소비자를 착취하는데 앞장섰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IMT2000, 와이브로(WiBro: Wireless Broadband)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수출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국가가 향후 몇 십 년 간 먹고 살 ‘먹거리’를 만들겠다고 광고하면서 소비자가 높은 통신비를 부담하라고 설득했다. 이들 서비스는 미래성장동력이 아니라 국민에게 천문학적인 비용부담만 안겼다. 결과적으로 정부를 필두로 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업체, 이동통신업체가 담합해 국민을 우롱하고 조용히 덮은 대표적 통신정책이다.



전략 없는 글로벌화, 참담한 실패로 이어져



SK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IMF외환 위기 극복의 방안으로 선택한 전략이 글로벌화(Globalization)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국내 시장의 정체로 인해 세계시장이라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은 것이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2000년대 들어 글로벌화를 추진해 중국, 미국 등의 국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다른 대기업보다 합작사업, 독자투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두드러진 실적은 없다.

해외 사업의 비중을 늘리고, 2015년 이후에는 해외사업의 비중이 국내를 추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SK계열사 중에서 글로벌화에 성공한 기업은 에너지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SK에너지 정도에 불과하다. SK에너지는 전 세계 16개국 30여 개 이상의 광구를 보유하고, 탐사‧개발‧생산을 하고 있다. 이동통신 강자인 SK텔레콤도 막대한 이익을 바탕으로 중국, 미국 시장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했지만 최근에는 조용히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화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에 적응하고 글로벌 생존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이나 체계적인 계획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았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SK의 글로벌화는 국내 사업에서 특별한 역할을 찾기 어렵던 최태원 회장이자신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키고, 보수적인 계열사 임원을 쇄신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10여 년의 성과를 분석하면 잠재적 이익을 포함한다고 해도 손해를 본 사업이라는 점, 그리고 미래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렇다고 해외사업을 모두 접을 수는 없으므로 현재 진행한 사업을 전면적 검토를 통해 자체 역량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너지와 화학은 전망도 밝고 SK가 글로벌 경쟁력도 가졌다고 본다. 그러나 국내에서 서비스보다는 마케팅으로 1위를 한 이동통신, 주력 계열사의 사업에 의존하면서 먹고 사는 해운, 물류, 건설, 유통 등의 사업은 축소해 나가야 한다.

[본지 객원기자](stm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