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특집]부적합 철강재 무분별 수입·유통...철강업계 '이중고'

공유
0

[특집]부적합 철강재 무분별 수입·유통...철강업계 '이중고'

상반기 실적 반토막...포스코 영업이익 급감
품질 검증없이 사용, 국내 유통시장 혼란 야기

[글로벌이코노믹=김재현기자] 철강업계가 겹악재에 울상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부적합 철강재의 무분별한 수입과 유통 때문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철강업계 실적은 한마디로 '반토막'났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1분기 영업이익은 54.2%나 급감했다.

1분기(단독 기준) 실적은 매출액 9조4600억원, 영업이익 4220억원이다. 이는 전분기 각각 6%, 36% 감소한 것이다.

박기홍 포스코 부사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부진에 따른 판매가격 조정, 설비 개보수와 주물선 고로 가동 중단으로 생산량이 하락했다"며 "지난해 계약된 고가 원료 투입 등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유로존 경제 위기로 인해 철강, 조선 산업이 타격을 입었으며 수요부진도 한 몫했다고 판단했다.
변종만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철강산업 업황은 수요부진과 공급증가로 업황 회복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하반기 철강 산업의 기상도는 국내수요 둔화로 인해 '흐림'이 될 전망이다.

최근 산은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2년 하반기 국내 주요 산업 전망'에 따르면, 자동차, 조선산업의 성장세 둔화 및 건설업의 수요 위축 등으로 인해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에서는 판재류의 경우 자동차, 조선 및 기계 산업의 성장 둔화로 완만한 증가세가 예상되지만 봉형강류는 건설경기 본격 회복 지연으로 감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부적합 철강재...국민 안전과 재산 위협

여기에 낮은 가격의 수입산 철강제품들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철강업계의 불황 탈출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오일환 철강협회 부회장은 "최근 국내 철강업계의 경영실적 악화요인은 내수가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실제 최근 2년동안 전세계 열연강판은 연평균 642만톤이 국내로 수입돼 글로벌 위기 이전의 평균 수입(546만4000톤)보다 오히려 95만7000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580만톤의 설비가 늘어난 후판도 최근 2년 동안 수입이 438만4000톤으로 글로벌 위기 이전보다 무려 200만4000톤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저가의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비율은 전체 비중에 81%나 차지한다. 대부분의 수입품이 품질 검증을 받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2010년 중후판 수입물량은 410만톤으로 국내 생산량 930만톤의 44%에 이르며 이 가운데 건설용으로 들어가는 물량은 대략 10%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수입품 중 상당수는 절단 등 중간 가공 과정에서 국내산으로 둔갑해 유통되거나 시험성적서 없이 납품되는 등 품질관리의 문제점을 드러내 왔다"고 강조했다.

철강업계에서는 건축공사에 사용되는 부적합 철강재의 위험성을 주목하고 있다.

건설용 강판의 경우 초고층 건물이나 긴 교량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용 강판으로 용접 등 접합 형태로 사용된다.

용접 부위 등 접합부가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경우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결국 부실공사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안전 사각지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철강협회는 부적합 건설용 강판을 건설현장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협회는 "3월17일부터 개정 시행되는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에 건설자재·부재에 대한 품질확보 의무 대상 품목에 건설용 강판이 새로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설현장에서는 KS 인증을 받은 건설용 강판을 사용해야 하며 KS 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은 품질검사전문기관의 시험을 통해 인증을 받은 뒤 건설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건설용 자재를 납품하는 사람이나 사용하는 사람 모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품질검사전문기관이 품질시험·검사성적서를 발급한 경우 사후 품질관리를 위해 발급일로부터 7일 이내 건설CALS포털시스템(www.calspia.go.kr)에 성적서를 등록해야 한다.

이외에도 저급 철강재 수입방지를 위한 실효성을 위해 관련 제도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이동복 철강협회 수요개발팀장은 "주요 공사에 건설공사 기준으로 제시되는 설계기준(21종)과 시공기준(30종) 상 건설용 강재에 대한 품질관리 기준의 적정성을 점감하고 세부 기준 강화를 건의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중국 보론강 수출 자제

국내 철강업계는 최근 중국산 보론강과 H형강 수입 급증에 대해 중국 철강업계에 차원의적극적인 수출 자제를 요청했다.

중국의 수출 증치세 환급 제도를 편법적으로 악용해 보론강 수입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중국 상해 매리어트 호텔에서 오일환 철강협회 상근 부회장과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12명과 중국강철공업협회 왕효제 부회장과 보산강철, 안산강철, 무한강철 등 34명의 수출·마케팅 담당 임원들과 함께 한·중 봉형강·열연 품목별 분과위원회를 개최했다.

수출 증치세 환급제도는 2010년 7월 중국이 보통강에 대한 증치세 환급을 폐지하고 합금강에 대해서 9%의 환급을 유지하는 제도다.

중국측이 수출증치세 환급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후판에 페인팅을 한 후 칼라강판이라고 속여 중국해관에 신고한 후 국내로 수입통관할 때 후판으로 수입신고해 국내로 들어와 국내 유통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H형강을 수출할때 '보론'이라는 물질을 첨가 가공하면 일반강이 아닌 9%의 환급을 받는 합금강으로 둔갑할 수 있다. 결국 내수용 일반강보다 30달러 저렴한 값에 수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2011년 중국 해관 통계상 對한국 칼라강판 수출은 161만4000톤에 달했으나 우리나라 관세청에 집계된 실제 중국산 칼라강판 수입량은 9만6000톤에 불과해 151만8000톤에 달하는 물량이 실제로 후판으로 수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적합 철강재 유통 근절

철강협회는 최근 부적합 철강재 신고 대상을 확대하고 신고 금액을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적합 철강재 신고센터 운영계획"을 확정하고 현판식을 가졌다.

지난 2009년부터 '부적합 철강재 유통 신고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부적합 철강재 수입 증가에 따른 시장 혼란이 가중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신고 대상이던 철근과 H형강은 물론 추가로 건설용 후판(두께 6㎜ 이상)이 포함됐다.

올해 3월 건설기술관리법 개정으로 건설용 후판도 KS 인증 및 품질검사를 받은 제품만 건설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신고대상도 건설시장에서 유통시장까지 확대됐다.

원산지가 표지되지 않은 채 가공·유통되고 있는 수입산 형강 제품과 품질시험 성적서가 위·변조되는 사례를 신고할 수 있게 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건설기술관리법(건기법) 위반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원산지 표시 규정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나 3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더불어 포상금액도 최고 50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오 부회장은 "향후에도 부적합 철강재 사용 사례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시장에 경각심을 일깨워 줄 예정이며 정부와 함께 민·관 합동 점검을 실시해 시장에 올바른 철강재 소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