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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부동산] 정부 대책 '느린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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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부동산] 정부 대책 '느린 걸음'

"부동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대책 마련에 대해서는 고민중이다."

부동산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해양부 권도엽 장관이 최근 현장 목소리를 듣기위해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부동산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질 때 되풀이해 말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현재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지만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책은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각종 세제 혜택과 금융 정책에 손 댈 경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가계 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부동산 업계에서는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 완화를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금융쪽은 손을 대지 않고 부동산 인허가, 주택 건설 관련 규제를 푸는 방식에 집중해왔다.

현 정부 들어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17차례나 발표됐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서울시의 뉴타운 재개발 재검토 추진에서 정부의 5·10 부동산 대책까지 다양한 정책이 쏟아졌다.

올 1월 말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을 전면 재검토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이 발표됐다. 지방의 아파트 청약 범위가 도단위로 확대됐고, 4월 총선 이후 거래 활성화를 위한 5·10 부동산대책이 발표돼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가 이뤄졌다.

이달 중순에는 5·10 후속대책으로 분양가상한제 원칙적 폐지, 재건축 부담금 부과중지, 재건축 사업 용적률 인센티브제 확대 적용 등 구체안을 담은 입법계획을 밝혔다. 이같은 각종 정책들이 쏟아졌지만 위축된 부동산 심리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 김규정 러서치센터장은 "유럽발 재정위기 악화와 국내 가계부채 부담 증가로 주택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5·10대책 등 정부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주택 경기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정부 대책 자체에 대한 실망감도 나타났고 거래 부진과 수요 관망으로 인해 주택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김광수 소장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경제 긴급진단토론회에서 "유럽 채무위기 악화, 중국 등 신흥경제국 경기 둔화, 미국 경제회복 둔화 등 대외 경제여건 악화가 계속될 전망"이라며 "건설사 연쇄 파산, 저축은행 부실, 가계부채 표면화, 주택가격 하락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마저 과다대출에 노출돼 부실 위험에 자신들 생존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효과없는 무리한 부양책 남발은 오히려 정책수단 고갈만 초래할 뿐"이라며 "자원배분과 경제 전체를 왜곡한 부동산 투기거품은 자연스럽게 꺼지도록 놔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동산 건설업계의 어려움과 '하우스푸어' 늪에 빠진 주택 소비자의 고통에 대해 정부가 시장만 쳐다보고 방관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정부 정책에 기댈 수밖에 없고, 단기 처방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정책기획실장은 "취득세 재감면, DTI 완화만 빼놓고 정부에서 나올 것은 다 나왔는데 부동산 심리가 나아지지 않아 답답하다"면서 "현재는 담보 대출문제 등으로 금융당국의 산소호흡기로 부동산 시장의 생사가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행사의 한 임원은 "부동산 시장 자체가 더 나빠질 수 없는 상황까지 떠밀려 내려왔다"며 "지금은 부동산 과열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약간의 경기 부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문했다.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대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그동안 여러 번 부동산거래 활성화대책을 발표했으나 미온적이고 때늦은 감이 있어 뒷북치기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부동산 거래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얼어붙어 있는 부동산 거래시장의 원인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는 2012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합동브리핑에서 ▲분양가상한제 등 과도한 규제를 정비하고, ▲자금·세제 등 지원 확대로 실수요자 주택구입 여건을 개선하고 ▲건설사 상생협력펀드 확대 등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적정공사비 확보 등 불공정 거래관행 개선 등 주택 거래활성화와 시장 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계획이다.

국토해양부 박상우 주택정책실장은 지난 18일 분양가상한제 폐지안을 발표하면서 "올 하반기 유럽발 재정 위기의 먹구름이 어느정도 걷히면 서서히 경기가 회복돼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무리한 극약처방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그러면서 "행정부가 권한을 갖고 시장상황에 따라 투기 지역 등에 한해 분양가상한제를 남겨두되, 전반적인 분양가상한제는 폐지하는 새로운 정부안이 9월안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부동산 정책 당국이 머리를 맞대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금융 부실 해결 등 경제 체질개선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먹구름 속에서 신음하는 부동산시장의 입장에서 정부의 움직임은 '느린 걸음'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