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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재정위기 속 유럽의 정치지형 변화 및 전망-오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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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재정위기 속 유럽의 정치지형 변화 및 전망-오태현



▲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 전문연구원2009년 그리스로부터 촉발된 유럽의 재정위기는 3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유럽의 정치지형을 변화시켰다.
11개국에서 집권당의 교체가 이루어지고, 특히 그동안 제도정치권 밖에 머물러있던 급진성향의 정당들이 각국 의회는 물론 유럽의회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정치일선에 등장했다. 재정위기 심화 및 저성장에 따른 고실업률, 사회복지혜택 축소 등이 이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리스는 두 번에 걸친 총선을 통해 다시 한번 유럽 재정위기의 중심에 등장하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스 총선결과에 따라 자칫 유로존이 붕괴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대된 것도 그리스 총선에 전세계가 주목한 이유다.

우려와 달리 그리스 국민들은 긴축에 대한 불만을 접고 유로존 탈퇴라는 공포를 더 두려워한 나머지 긴축의 고통을 선택했다. 총선 결과는 일단 긍정적이다. 긴축에 찬성하는 정당들간 연정구성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스 및 유럽의 재정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그리스 및 유럽의 재정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다. 결국 그리스 총선결과는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에게 다시 한번 위기극복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유럽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재정위기국의 구조적인 개혁노력이 필요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상이한 경제규모와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가들이 유로화라는 공동의 화폐를 사용함에 따라 화폐정책은 물론 통화정책을 자국의 경제상황에 맞게 운용할 수 없기 때문에, 회원국이 스스로 자국의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를 고려할 경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구조적인 개혁 달성을 시장이 기다려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시장의 신뢰를 위해서는 EU 정치권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실 그리스 총선 이전까지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은 선제적으로 재정위기에 대응하기보다 언제나 한발 늦게 위기에 대처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재정위기 대응은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일과 프랑스의 정치적인 협력은 물론 독일의 정치적 결단이 중요한 결정요인이 될 것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모두 EU 및 유로존의 유지를 바라고 있다.

앤드류 모라브칙이 주장했듯이 지금까지의 EU 및 유로존의 설립 및 유지는 양국의 국익에 합치했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양국은 통합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양국의 정치성향이 다르다 하더라도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독일의 정치적인 결단 또한 중요하다. 재정위기가 지속되면서 초기 재정위기국의 책임론에서 독일 책임론으로 논의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는 것인가라는 점에 논의의 초점이 옮겨져야 한다.

그리고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EU회원국 중 가장 큰 재정지원을 해야 하는 국가가 바로 독일이다. 재정위기와 관련하여 독일의 원칙은 단순명료하다. '先개혁 後지원'이다.

독일은 재정위기국의 모럴헤저드를 우려하며 무조건적인 지원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더욱이 독일의 정치인들은 대외적인 요구에 못지않게 대내적으로 재정지원의 정당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재정지원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독일은 앞으로 재정위기국에 구조적인 개혁을 계속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도 재정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는 유로본드나 유럽중앙은행의 역할 강화도 독일의 결단이 있어야 가능하다.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EU집행위는 현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 수준의 통합을 더 심화시킨 은행연합, 재정연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의 위기를 고려할 경우 너무 먼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의 재정위기 해결 노력은 이제부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있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