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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과연 바꿀 수 있는 것인가? 그가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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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과연 바꿀 수 있는 것인가? 그가 답한다

“한국, 정신존중 가치관 회복해야 國運 살아나”

‘돈이 최고다’라는 물질 숭배로 삶의 균형 깨어져
“좋은 삶이란 바람처럼 소통하고 조화 이루는 것”

연말 大選, 누가 되든 시시하고 국가비전이 없다

45년 주역연구 한우물 초운 김승호

▲ 사진=홍정수 기자운명(運命). 두 글자로 된 이 한 낱말이 인간의 삶을 가른다. 운명은 미리 정해진 것인가, 아니면 바꿀 수 있는 것인가. 운명은 마음에 따라붙는 존재로, 자기자신이 꽁꽁 막혀 있으면 운명도 그렇게 되지만, 시원히 트인 사람은 인생에서 좋은 일도 많은 법이다. 유럽경제의 위기로 시작된 파고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누가 한국의 정치 지도자로 등장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전 세계가 혼란으로 치닫고 있는 건 무엇 때문일까.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해 [글로벌이코노믹(www.g-enews.com)]에 ‘주역과 인생의 신비’를 연재하고 있는 초운 김승호 선생을 만나 물어보았다.

-주역이란 무엇입니까?

“주역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이나 일어난 사건에 담긴 뜻을 규명하는 학문입니다. 우리가 갑자기 벽에 부딪히면서 신발끈이 풀어졌다면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지만 주역에서는 이를 단순한 사건으로 보지 않고 신발끈이 풀어진 데는 이유가 있으며, 그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고자 합니다.”
초운 선생은 20세기 최대의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도 주역에 몰두하여, 그가 죽을 때 머리 맡에 주역이 있었다고 소개한다. 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과학자 닐스 보어는 자신의 학문에 주역을 응용해 ‘상보성원리’를 만들어냈다.

-과학과 주역은 어떻게 다른가요?

“과학은 한 마디로 눈에 보이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주역은 자연에 내재되어 있다가 나타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돌을 유리창에 던지는 행위를 연구하는 게 과학이라면, 왜 돌을 던지게 됐을까, 라는 원인과 결과를 동시에 연구하는 게 주역입니다. 원인과 결과는 즉각적으로 반영되기도 하지만, 몇 십 년 혹은 몇 천 년 후에 반영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주역은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지만, 과학은 그렇지 못합니다.”

-주역은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요?

“주역의 역사는 1만년이나 되었고, 문자로 기록된 게 5000년 전입니다. 보통 주역을 주나라에서 만든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동이족인 복희씨가 만든 학문이지요. 중국 신화도 이를 인정하고 있으며 주역의 핵심인 8괘를 나라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것도 나라를 빼앗긴 식민 상태에서 위대한 학문인 주역을 응용해 태극기를 만들었으니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초운 선생은 정부나 국민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태극기의 의미를 너무나 모르고 있다고 질타했다. 태극기에는 이 세상을 구성하는 만물의 원소가 다 담겨 있는데, 그걸 모른다는 지적이다.

-인간 성격 유형을 8가지로 나누고 계시는데….

“주역의 핵심은 8괘입니다. 이 8괘와 인간 성격 유형 8가지가 서로 상통하는 겁니다. 첫째는 산(배경), 둘째는 연못(아늑함), 셋째는 하늘(영원함), 넷째는 땅(방), 다섯째는 불(밝은 분위기), 여섯째는 물(어두움), 일곱째는 우레(신분), 여덟째는 바람(소통)이 그것이지요. 60억의 인류가 이렇게 8가지 성격으로 분류되고, 만물의 유형이 이렇게 8가지로 나누어진다는 건 주역으로 보면 세상일이 참으로 간단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이 여덟 가지 성격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중 하나만 부족해도 인간은 ‘모난’ 사람이 되기 때문이지요. 불이 없으면 우울증에 빠지고, 산이 강하면 버릇이 없게 되고, 바람이 부족하면 외롭게 되고….”

-주역을 과학의 차원으로 승화시켜 ‘주역과학’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주역에는 64개의 암호가 숨어 있어요. 주역 64괘는 일종의 기호논리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만물을 푸는 방정식인 셈이지요. 64괘는 과학의 원소기호법을 능가할 뿐만 아니라 편리하고 표현의 잠재력이 뛰어납니다. 물을 원소 기호(H₂O)로 나타낼 수 있듯이 주역은 인간의 각종 행위를 64괘로 다 표현할 수 있어요. 그러나 주역은 시대가 바뀌면 상황이 달라지므로 그에 대한 해석도 달라져야 합니다.”

-인간에게 운명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확언하건대 인간에게는 운명이 있습니다. 운명은 영혼에서 기인하지요. 운명의 본질은 인간에게 마음과 몸 이외에도 영혼이 있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로봇이나 기계에 운명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자동차에도 운명은 없으며, 단지 그 자동차의 주인에게 운명이 있는 것이지요. 주역에서는 인간은 지금 현재 육신의 주인이 태어나기 이전에도 있었고, 죽고 나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삶의 목표는 영혼을 살찌우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수도자들이 수도생활을 하는 것은 영혼을 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삶이란, 조화를 이루는 삶입니다.”

-사주와 주역은 어떻게 다릅니까?

“학문인 공학과 고물상에서 고치는 기술이 다르듯이 주역의 여러 분야 가운데 인간의 성향을 분석하는데 주역을 활용한 것이 사주입니다. 인간이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가지고 그 사람의 운명을 따지는 게 사주라고 할 수 있지요.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인간의 속성을 다 분석하고자 10만 가지의 꿈을 분석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주역에 심취하면서 인간 원형의 구조를 주역으로 간단히 파악하게 됐지요. 하지만 주역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는 위대한 학문인 주역을 하찮은 미신으로 취급하다 보니까 이젠 외국에서 주역을 수입해서 써야 할 정도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45년 동안 쉬지 않고 주역을 연구하시면서 느낀 주역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45년 동안 한결같이 주역을 연구하면서 내린 결론은 주역이 우주 최고의 학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백 번, 천 번 태어나도 주역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주역의 가장 큰 매력은 만물에 내재된 뜻을 안다는 데 있습니다. 참새가 갑자기 날아들었다면 우주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인데, 그 운명의 메시지를 읽는 게 주역의 매력입니다.”

-한국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한국의 국운(國運)은 일제 때 나라를 빼앗겼을 때보다 더 위태롭습니다. 당시에는 일본에 영토만 빼앗겼지만, 지금은 가장 중요한 정신영토까지 지배당하고 있습니다. 영국이나 미국만 해도 개척정신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우리는 남한테 자랑할만한 한국정신이 없어요. 정신이 표류하고 가치관이 무너지는 바람에 우리 민족은 철학이 없는 민족이 되었어요. 한민족이 분명히 우월한 민족임에는 틀림없지만, 철학도 없고, 인격도 없고, 기계처럼 기능만 있는 민족으로 계속 간다면 한국의 미래는 암담합니다. 이런 점에서 지성인들이 인내천의 가치관과 인간성을 회복해야 되겠습니다. 무조건 ‘돈이 최고’라는 가치관은 대단히 위험하며, 주역을 통해 대오각성해야 하늘 백성으로서의 지위를 찾게 될 것입니다. 존경과 사랑이 사라진 자리에 언젠가 오만과 물질추구욕이 똬리를 틀고 앉았는데, 이를 하루빨리 추방해야 합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나라를 빼앗기고, 전쟁을 겪으면서 전 국민이 가난했지요. 그러다가 갑자기 잘 살게 되면서 삶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눈에는 물질 이외에 보이는 게 없습니다. 나라가 강하다는 건 정신이 강한 것을 이야기하는데, 계속 물질만 뒤쫓다보면 금방 무너질 것입니다.”

-연말 대선을 전망하신다면….

“연말 대선은 너무나 시시할 것이며, 특별히 누가 되어도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누가 되든, 국가에 대한 비전은 없고 지리멸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치지도자는 고급 정치인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현실을 보면 ‘아무나’ 정치를 하는 꼴입니다. 정치는 보통사람보다 훌륭한 사람이 해야 하는데, 훌륭하기는커녕 보통사람보다 못한 사람이 버티고 있으니 새 지도자가 하루빨리 나오기를 기대할 따름입니다.”

초운 선생은 대선 후보군들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에둘러 A씨는 에너지가 부족하고, B씨는 힘은 있지만 경륜이 부족하고, C씨는 어린아이에 불과해 대단히 위험하고, D씨는 융통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올해 대선은 최선의 인물이 아니라 차선의 인물을 뽑을 수밖에 없으며, 정치지도자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초운 선생의 방에 바이올린과 드럼이 놓여져 있어 궁금했다. 그는 솔직히 운을 개발하기 위해 바이올린을 켜고 드럼을 두드린다고 했다. 드럼은 잔잔한 운명을 바쁜 운명으로, 바이올린은 바쁜 운명을 잔잔한 운명으로 바꾸기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한편 초운 선생은 ‘사단법인 동양과학아카데미’의 이름으로 지난 20년 동안 주역 무료강좌를 실시해 왔다. 내년에는 자신의 주역 인생을 총결산하는 『주역과학』(가제)을 한국과 미국에 동시에 출간할 예정이다.

초운 선생은 유불선과 수학‧물리학‧생물학‧화학‧심리학을 바탕으로 주역을 연구해 왔다. 1991년부터 문화일보에 『소설 주역』을 연재, 10권의 책으로 펴냈으며, 『소설 가이아』는 지난 2003년 일본의 쇼가쿠칸(小學館)에서 『일본의 소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