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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예산 982억에 국어예산 달랑 6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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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예산 982억에 국어예산 달랑 6억?

배재대 국문과 폐지 등 나라말글살이 푸대접에 분통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세계화 시대가 되면서 영어를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지만 정부의 나라말글살이에 대한 푸대접이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글연구의 개척자 주시경 선생과 민족시인 김소월 선생을 배출한 배재대는 최근 취업이 어렵다며 국문과를 전격 폐지했다. 또 서울시내 초중고가 외국어인 영어예산은 982억 원인데 반해 모국어인 국어예산은 160분의 1수준인 달랑 6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세종대왕 탄신 616돌(5월 15일)을 앞두고 한말글문화협회는 '영어 편식 교육 문제점과 해결책' 주제의 세미나에서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가 되면서 어느 때보다도 국어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국어교육과 역사교육 홀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형태 교육의원은 '상상을 초월하는 영어 몰입교육의 실태' 발표를 통해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분리해 봤을 때, 유치원에서는 2013년 3~4월경 사설학원이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고액 교습비 징수 등으로 시교육청의 감사를 통해 지적을 받았다"며 "초등학교에서는 영어 예산이 수학, 과학 등에 지원한 예산보다 월등히 높고 일부 사립초에서는 영어 이외의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3년 초등영어 관련예산은 394억원인데 반해 초등수학 예산과 초등과학 예산은 각각 7800만원과 29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초등학교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에서 영어 관련 강좌수는 4350개로 국어 관련 강좌수(939개)에 비해 약 5배 정도 많았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국어시수와 영어시수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교사의 수(국어 5596명 / 영어 5185명 + 영어회화전문강사, 인턴교사, 원어민영어보조교사 2650명)나 교사연수비용 및 인원(국어 564명, 8100만원/영어 4401명, 35억), 지원되는 예산(국어 6억/영어 982억)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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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학성 교수(경희대 영어학부)는 주제 발표를 통해 "대학이나 전공에 따라, 그리고 필요에 의해 전공 과목을 영어로 강의할 수는 있으나 우리나라 모든 대학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강의를 무차별적으로 강요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교수는 "무엇보다도 대학들은 영어가 필요한 곳과 필요하지 않은 곳을 구분해야 한다. 최소한 현재와 같이 국문과에서조차 영어 강의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아이러니는 마감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영어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대학, 모든 학생들에게 영어를 요구하고, 나아가 영어 강좌를 요구하는 어리석음은 탈피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형태 교육의원에 따르면 '아린지' 파동을 일으킨 MB정부 출범이후, 영어교육예산은 점점 늘어나 2011년에 최절정에 달했다.

김형태 교육의원은 "언제까지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될 것인가? 이제라도 국가 차원에서 모국어인 국어교육 예산을 늘리고 영어교육 예산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