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적자·경영 부실 속 후원금 횡령에 웃돈 요구도 다반사
고질적 낙하산 인사·간부가 직원보다 많은 기형적 조직 구조
[글로벌이코노믹=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장] 예술의전당(Seoul Arts Center)은 ‘문화예술의 창달과 진흥,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기회 확대’를 목표로 1988년 설립됐다. 음악당, 서예관, 미술관, 오페라하우스 등 복합문화센터로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예술 시설이다. 다른 지방 문화회관이 예술의전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자 예술의전당은 명칭 사용금지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공익성, 명칭의 보편성 등의 이유로 사용을 허가했다.
비리위원 위촉 성과없어
◆Leadership(리더십, 오너/임직원의 의지)=예술의전당의 미션(mission)은 ‘문화예술 창달,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 문화예술 진흥’이다. 비전(vision)은 ‘수준 높은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 제공하고 국민들과 예술가들에게 사랑 받는 선도적 복합아트센터’이다. 운영목표는 ‘높은 예술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기관 운영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한다’이며, 핵심가치(core value)는 예술성, 공공성, 고객지향 등이다.
예술의전당은 비전과 핵심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목표로 수준 높은 예술프로그램 제공, 공공성 증진을 통한 사회적 기여, 이용객 편의를 위한 고객서비스 제고로 정했다. 수준 높은 예술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프로그램 예술성 제고에 따른 관람객 증가, 국내외 예술단체와의 협력증진 등의 사업과제를 설정했다. 공공성 증진을 통한 사회적 기여의 사업과제는 공공성에 기반한 운영정책 추진, 문화소외계층 관람기회 확대 등이다. 이용객 편의를 위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사업 개선 및 개발, 서비스 품질제고를 통한 고객층 확대를 과제로 정했다.
예술환경이 척박한 한국에서 예술문화를 진흥하고 예술인에게 공연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예술의전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가수 이소라의 소속사가 예술의전당 직원이 대관료를 인하해주는 대신 뒷돈과 공연투자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2009년 검찰의 수사결과 전직사장이 후원금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감사결과 1급부터 6급까지 직원들이 납품업체의 지원을 받아 향응성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이 적발됐다.
만성적인 적자와 경영부실은 차치하더라도 임직원의 부정부패가 도를 넘어섰다. 특수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는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예술의전당이 아니라 ‘비리의 전당’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예술성과 관계없이 소수의 힘 있는 자들의 공연장에 불과하고, 힘없는 예술인들의 고혈을 빨아 먹고 있다는 비난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12년 2월에 이사장으로 취임했던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인사논란이 불거지자 자진 사퇴했고, 2013년 3월 임명된 고학찬 신임사장은 낙하산/보은 인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임 이사장, 전임 사장, 전/현직 임직원의 비리행위가 만연해 있고, 주요 경영진의 경영능력이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신사업을 발굴하고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기 위해 비전위원을 위촉했지만 성과가 없다.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막대한 국고보조금을 받는 공기업이 윤리경영에 대한 의지나 목표가 없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경영진 구성이나 임직원의 윤리경영 태도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현 사장도 인사논란, 역량, 전문성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임직원의 윤리의식 고취와 윤리경영 정착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윤리제도 운영 全無한 실정
◆Code(윤리헌장)=윤리헌장에 ‘예술의전당은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창달과 국민의 문화향수 기회의 확대를 위한 문화예술 공간의 운영과 발전을 위한 기관이다. 예술의전당의 임직원은 긍지와 자부심으로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통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임직원은 높은 윤리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공정한 업무 처리와 부패방지로 공직풍토 조성에 앞장선다. 세계 10대 아트센터로서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발전과 고급예술의 대중화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고객들에게 예술적 품위를 갖춘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한다.’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윤리강령은 총 23조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내용은 공과 사의 구분에서 임직원은 근무시간 내 사적인 일에 시간을 할애하여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거나, 온라인 게임, 도박, 음란사이트 방문 등의 금지, 임직원 상호관계에서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해서는 안 되며 하급자는 상급자의 정당한 지시에 순응하되 부당한 지시는 거절해야 한다 등이다. 사장이 강령을 준수하고 임직원의 청렴성 유지 등을 위하여 필요한 구체적인 판단기준 및 처리절차와 그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세부사항은 행동강령에서 별도로 정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Compliance(제도운영)=선진국에서는 윤리경영을 정착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내부고발이라고 판단해 내부고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각종 부정부패행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부정행위 연루자도 사장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외부 자료를 모두 검토해도 윤리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는 전혀 운영하지 않고 있다. 감독기관인 문화부의 감사의지가 빈약한 것인지, 예술의전당 경영진이 배포가 큰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2009년 문화부는 예술의전당의 종합감사에서 불법/비리 혐의를 적발하고도 최종 처분요구서에는 대거 삭제/누락시켜 고의로 은폐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예술의전당이 오페라하우스 화재 복구공사 입찰 과정에서 부당계약으로 인해 예산을 낭비하고, 전/현직 간부들이 비리/전횡에 연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누락시켰다. 문화부가 예술의전당 경영진을 자신들의 우호세력으로 심어면서 비윤리경영을 방관 혹은 보호해 주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내부 의사결정도 폐쇄적
◆Education(윤리교육 프로그램)=예술의전당은 서비스업무가 주이므로 ‘고객서비스헌장’으로 윤리교육을 대체하고 있는 느낌이다. 고객서비스헌장에 ‘예술의전당 직원들은 품위 있는 태도와 친절한 서비스로 고객을 맞이하고, 항상 밝은 미소와 겸손한 자세로 고객을 맞이하며, 고객들이 편리하고 쾌적하게 공연과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힘쓰며, 주차장/휴게시설/기타 다른 시설 이용에 불편하거나 불쾌한 일이 없도록 주의하며, 고객들이 항상 고급예술의 애호가로 인격과 품위를 우대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자세를 갖추겠다’고 돼 있다.
하지만 고객서비스는 윤리교육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다른 공기업이 최소한의 윤리교육을 하는 것은 비리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임직원의 윤리경영 의지를 고양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윤리교육을 하지 않고도 임직원이 스스로 윤리경영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상하를 막론하고 모두 비윤리적 행위로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윤리교육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Communication(의사결정과정)=2009년 예술의전당 노조는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노조에 불리한 내용으로 정관규정을 변경했다며 법원에 이사회 정관규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사회가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면서 변경한 정관규정이 문제였다. 인력감축 및 임금제 변경, 임금 피크제 도입, 신입사원 초임인하, 청년인턴채용 활성화 등의 내부규정을 변경한 후 노조에 통보해 논란을 빚었다.
2010년 6월 예술의전당은 공연자문위원을 2012년 12월까지의 임기로 위촉했다. 오페라하우스 운영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적인 공연계 인사들을 자문위원으로 구성했다. 오페라, 발레/무용, 연극/뮤지컬, 국악 등 20명과 분과별로 5인 이상의 위원회를 결성했다. 2012년 12월부로 이들의 임기가 종료됐지만 아직 추가로 자문위원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자체 기획공연 강화를 위해 전문가를 영입했다. 전문가 프로그램 디렉터는 공연 및 전시, 야외행사, 심포지엄, 출판 등의 사업, 개관25주년 기념사업 플랜구축, 국립상주단체와의 협력, 예술의전당 브랜드 사업발굴, 대내/외 의견 수렴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예술의전당이 내/외부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노조가 반대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함에도 불구하고 몰래 정관을 바꾸거나,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고, 대중가수의 공연을 불허하는 궁색한 이유를 거둬들이지 않는 등 불통의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위촉한 공연자문위원이나 전문가 프로그램 디렉터의 역할도 눈에 띄지 않는다.
대중가수 공연에 무원칙한 대관 '슈퍼甲 그들만의 전당'
실적쌓기용 수준낮은 공연·형식적 대관 對고객서비스 '0점'
큐레이터 인턴모집 때 '무보수 근무' 조건내세워 빈축사기도
◆Stakeholders(이해관계자의 배려)=예술의전당의 최대 이해관계자는 예술을 즐기는 국민이라는 사실을 인지해 고객서비스헌장을 제정해 운영한다. 2010년 11월부터 시행된 고객자문단 제도는 예술의전당 곳곳에서 시행되는 고객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간담회(격월 개최)에서 제시하는 역할로서 고객접점의 서비스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활발한 피드백이 목적이다. 2010년~2012년까지의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3년 연속 우수등급을 획득한 건 고객자문단 제도가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예술의전당은 개관 25주년을 맞이해 사회적 책임과 배려로 문화예술 진흥과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공연장과 전시장의 대관료를 2008년 금융위기 수준에 맞춰 5% 인하하고 공공성이 강한 공연은 50%까지 감면하며 전 공연장의 표준좌석등급제를 실시해 기획사 임의로 좌석등급을 구분해 가격혼란을 가중시켰던 구조의 개선을 약속했다. CJ의 후원금으로 재개관한 CJ토월극장의 상업화 우려는 연간 공연일수와 공연비율로 조정해 순수예술장르 공연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술의전당의 대관원칙이 비난을 받고 있다. 대중가수인 조용필의 공연은 허용하고, 2008년 가수 인순이, 이소라의 공연은 불허했다. 인순이의 공연이 허용되지 않은 것은 순수한 클래식 예술만을 공연하기 위한 오페라 극장의 운영방침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예술의전당은 2012년 가수 조영남의 공연은 허가했다. 대관심사는 전원합의로 결정되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은 차치하고, 예술의전당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술의전당은 장르를 불문하고 문화인을 위해 존재하고, 관객은 좋은 시설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누적 영업손실 ‘눈덩이’
◆Transparency(경영투명성)=적자경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예술의전당은 경영투명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09년 문화부의 기관감사에서 예술의전당이 연간 110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불투명하게 운용한다고 지적 받았다. 전체 118명 중 팀장급인 4급 이상 간부직원(58%)이 5급 이하 일반직원(42%)보다 많았다. 2010년 국정감사에서 예술의전당은 사업진행비 계정 등에 접대성 경비를 포함시켜 세금을 탈루했다고 지적했다.
2011년 예술의전당은 서울중소기업청의 문제점 지적에도 불구하고 토월극장 리모델링 공사를 턴키입찰로 강행했다.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예술의전당이 원칙과 기준 없이 무료초대권 2억여 원을 부당하게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예술의전당은 문화부의 무료초대권 폐지방침을 통보 받은 이후에도 공연관람권을 업무추진비와 수수료 예산으로 편법 구입해 사실상 무료초대권 용도로 사용했다. 유관기관에 업무협의나 협찬유치 등의 용도로 제공, 사용내역 부실 관리 등도 지적 받았다.
2011년에는 국고보조금 65억 원, 기부금 43억 원을 지원받았지만 23억 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2012년에는 국고보조금 51억 원, 기부금 8억 원을 지원받았지만 7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 손실도 2011년 19억 원에서 2012년 63억 원으로 늘어났다. 부채도 2007년 64억 원에 불과했지만 2008년 220억 원으로 급증했다. 2011년 16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가 2012년 230억 원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 경영진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다.
전시행정 예술진흥 ‘공염불’
◆Reputation(사회가치 존중)=2009년 예술의전당은 공연과 전시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휴식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음악분수, 물방울 분수, 문화예술공원, 비타민 스테이션, V-갤러리, 레스토랑, 카페 등을 조성했다. 유명 예술가의 작품과 아마추어 미대생들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기획하고, 야외무대에서는 거리 예술가를 적극 유치해 아티스트들에게 소개의 기회를 제공하며, 예술장터 운영과 도서전, 이벤트형 전시, 레스토랑/카페 입주 등으로 위압감을 버린 공간으로 거듭났다. 부대사업을 통한 수익은 곧 양질의 예술프로그램 제작과 고객관리, 마케팅 시스템 구축에 재투자 해 경영의 선순환을 꾀할 수 있도록 했다.
2009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큐레이터 인턴모집 공고를 하면서 주4일, 6개월 근무 조건에 무보수를 내 걸었다. 아무리 인턴근무자라고 해도 교통비, 중식 등을 포함해 기본급을 제공해야 하지만 무보수라도 지원자가 넘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큐레이터가 되고자 하는 지원자는 많지만 이들을 고용할 미술기관은 극소수가 되면서 실무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관마저 없다 보니 발생하는 촌극이다. 비난이 거세지자 인턴과정의 모집을 중지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 놓았다. 아무리 현실이 그렇다고 해도 예술문화를 진흥하겠다는 예술의전당이 자라나는 예술자원의 싹을 뭉개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2012년 11월 예술의전당은 청소년과 문화소외계층에게 공연티켓 할인, 리허설 무료관람 등을 추진했다.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와 잠재 관객 참여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공연기획사와 연주단체의 대관 공연 반강제 적용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로 엇갈렸다. 공연기획사는 대관 공연의 40% 할인 티켓을 미리 예술의전당에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할인티켓을 추가로 요구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무료 공개 리허설의 거부 시 다음 대관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구두경고를 받기도 했다. 예술의전당이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예술이라는 것이 정부의 제도나 강압적인 정책으로 부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은 창의적 사고의 산물이라 단기간에 품질을 높이기도 어렵고, 돈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제한적이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예술문화를 진흥하겠다고 만든 예술의전당은 아직도 무조건 밀어붙인다는 초기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고압적인 ‘갑’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이 비리의전당이나 가난한 예술가의 고혈을 빨아 먹고 있다는 비난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순수 예술을 보호하고, 국민들에게 고품격의 예술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제대로 된 기준으로 예술을 판단해야 한다. 조악한 수준의 자체 공연을 하고나, 실적을 쌓기 위해 예술가들에게 형식적으로 대관하는 것은 예술을 진흥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뿌리를 송두리째 없애는 행위다. 돈벌이를 위한 대관사업이 주류를 이룰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정작 영업손실과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부도 문화를 진흥한다고 하지만 문화 정치꾼들이 한국문화계를 지배하면서 오히려 문화의 질(quality)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을 잘 파악해 대처하지 못하면 감독기관으로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예술의전당이 보여 주기식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고 모든 국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지금처럼 폐쇄적이 아니라 개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예술은 천년 만년이 가도 남을 수 있는 국가의 자산이 되고, 국격을 높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에 문화진흥을 위해 예술의전당의 변신이 요구된다.
8-Flag Model로 측정한 예술의전당의 윤리경영 성취도
지금까지 진단한 내용을 바탕으로 ‘8-Flag Model’로 측정한 예술의 전당의 윤리경영 성취도를 종합하면 그림과 같다. 예술의전당의 윤리경영은 지금까지 다뤄온 어느 공기업보다 수준이 낮다. 윤리헌장은 형식적으로 구비해 낙제점을 벗어났지만, 제도운영과 윤리교육은 아예 ‘0’점을 받았다. 내/외부의 다양한 자료를 검토해봤지만 어떠한 노력이나 제도도 찾을 수 없었다. 공기업의 윤리경영을 평가하면서 예술의전당처럼 제도운영과 윤리교육을 하나도 구비하지 못한 기업은 발견하지 못했다. 예술진흥이라는 특수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기는 하지만 경영부실로 국고지원에 의존하면서 윤리경영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는 것은 한심하다.
윤리경영을 평가하는 지표역할을 하는 Flag 1인 리더십도 낙하산 인사논란은 다른 공기업도 마찬가지이므로 인정하더라도 경영진의 무능과 부패는 도가 지나치다. 내부의사소통도 폐쇄적이고, 외부 이해관계자에 대한 배려도 없다. 순수예술을 지향한다고 하는 정책도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알기 어렵다. 그동안 엄청난 국고를 지원받으며 예술진흥에 전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하지만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런 경영행태가 지속된다면 예술의전당은 존재가치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된다.
현재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부르짖으며, 대중가수 ‘싸이’를 성공모델이라고 치켜세우지만 그는 한국 예술계에서 대중가수로도 대접을 받지 못했던 아웃사이더에 불과했다. 문화부와 예술계가 극찬하고 지원했던 그 많은 예술인들 중 세계무대에서 인정을 받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예술은 돈이나 정책으로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창의적인 사고를 막고 있는 벽을 없애고 고리를 풀어줘야 살아난다. 인순이와 이소라의 공연허용 여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 예술의 질을 관리하는 것도 심사위원이나 비평가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장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