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국립국어연구원은 표준국어대사전을 펴내면서 자랑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가장 두르러진 특징은 한글맞춤법, 표준어규정, 외래어표기법 등 현행 어문규정에 정해진 원칙을 구체적인 단어 하나하나에 적용해 사전을 찾는 사람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했다. 또 한민족 언어 동질성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어 7만 개를 실었고, 5,000만 어절 분량의 자료를 입수해 그동안 국어사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부족한 예문’을 해소했다.”라고 말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현재 말글생활의 바탕이 되는 ≪표준국어대사전≫은 정확히 말해 일본사전의 짝퉁이다. 나는 일본어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일본어대사전들과 ≪표준국어대사전≫을 같이 보면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일본대사전을 보고 ≪표준국어대사전≫을 들여다보면 그대로 베꼈음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윤옥 소장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동장군>이란 낱말이 있다. 국어사전에서 보면 ‘동장군=겨울장군’이란다. 그런 풀이는 국어학자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 적어도 대사전이라면 그 말밑(어원)이 무엇인지 밝혀줄 필요가 있다. 이 말은 영국기자가 말한 ‘general frost’를 일본에서 번역한 것을 그대로 들여왔다. 일본사전엔 그런 말밑이 자세히 실려 있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밑도 끝도 없이 동장군을 ”혹독한 겨울 추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만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말 동장군(후유쇼군)이란 말이 들어오기 전에 한국에는 이미 겨울 추위를 이르는 말이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조사는 하지도 않고 있다.
또 식물의 꽃이 피는 모습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밑도 끝도 없이‘육수화서, 총상화서, 원추화서, 수상화서’로 핀다고 풀이하고 있다. 도대체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어떤 이는 말한다. 꽃에 육수를 주어 기르나, 아니면 총상을 입은 꽃인가? 이게 사전 풀이라니 기막힐 따름이다. 차라리 시인이나 어린아이를 둔 어머니에게 꽃을 보여주고 표현하라고 하면 수채화 같은 표현이 나올 텐데 꽃 모양을 생전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일본사전을 베껴 꽃을 서술하고 있다.”
그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간다. 세계 최고의 글자를 가진 나라의 국립 표준국어대사전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낱말 설명을 해서 되겠는가고 반문한다. 국민의례, 국위선양, 서정쇄신 등은 적어도 일제강점기 조선 식민지 지배와 관련 있는 말이어서 그 유래를 밝혀주어야 함에도 국어사전이 이를 밝혀 놓지 않음으로써 국민이 아직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는 현상을 개탄한다.
일본말인데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말밑을 밝혀놓지 않은 말들은 무수히 많다. 일본에서 천민들이 사는 마을을 가리키는 부락, 간질발작을 뜻하는 뗑깡, 신사참배에서 나온 참배와 호우, 혜존, 신토불이 같은 말들은 2년 여 전에 나온 그의 책 ≪사쿠라 훈민정음≫에서 이미 지적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부락=천민집단이 사는 마을”이라고 짚어놓으면 자신의 마을 들머리에 “부락”이라는 돌비석을 세울 사람이 있을까?
그는 말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낱말들 가운데 일본에 어원을 둔 말은 분명히 짚어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어쭙잖은 지식인들이 마구 일본어나 영어를 들여와 썼고, 이런 행위가 마치 지식인의 특권인양 성행했다. 그를 일반 국민은 아무 생각 없이 써온 것인데 이를 바로잡아야할 국가기관이 엄청난 국민혈세를 쏟아 부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조차 식민잔재를 털지 못한 일본말 찌꺼기를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이다.
이윤옥 소장은 최근 ≪표준국어대사전≫과 국립국어원 국어 정책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혀 이를 비판하고 시정을 바라는 원고를 마감하고 출판사에 넘겼다. 머지않아 그 결실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이제 본지는 새롭게 일본에 말밑을 둔 낱말들을 찾아내 고발하는 이윤옥 소장의 글을 연재할 것이다. 이로써 우리말글이 올바로 자리 잡는데 굄돌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