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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철강재에 유린당하는 한국, 왜 일본은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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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철강재에 유린당하는 한국, 왜 일본은 그렇지 않을까?

일본, 유통?상관행이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작용…韓 유통시장 고도화 및 의식 개선 시급

[글로벌이코노믹 김국헌 기자] 국내 철강시장이 중국산 철강재에 마음껏 유린당하고 있다.

2015년 현재 수입 철강재의 국내 내수시장 잠식비율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의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올해 7월 주요 품목별 수입재의 시장점유율은 선재 55.3%, H형강 47.2%, 봉강 43.0%, 핫코일 42.3% 등에 달한다. 이 중 중국산 비중은 품목별로 20%~40%를 넘나들고 있다.
부적합 철강재를 수입할 경우 건설업자 뿐만 아니라 수입업체, 유통업체까지 처벌가능토록 건기법이 개정되어도, H형강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해도 중국산 수입은 멈출 길이 없다.

우리나라와 인접하고, 철강 대국인 일본의 사정은 어떨까.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중국산 철강제품이 힘 못 쓰는 일 본 철강시장의 특성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산 철강재가 일본에서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있는 보고서를 냈다.
자료: 포스코경영연구원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포스코경영연구원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일차적으로 최종 수요가가 자국산 소재를 지정하는 관행이 있다. 건설업의 경우 외국 철강업체가 JIS를 취득하더라도 발주자가 수입산을 배제하고 구매하는 관행이 남아있다.

자동차용 강판의 경우 높은 기술장벽과 함게 특정 철강사 제품을 지정하여 구매하는 관행과 까다로운 거래조건들이 신규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일본 자동차사는 부품업체 및 위탁 조립업체에서 사용하는 강재를 총괄해 구매하는 '집중 구매방식'이 90%이며, 참여업체는 대부분 일본 철강사들이다.

조선업계의 경우, 일본계 해운업체의 선박 발주 비율이 높아, 해운업계 및 조선사들이 일본 철강사가 생산한 후판의 구매를 우선하는 관행이 존재한다. 외국계 업체의 선박발주가 많으며, 조선업체들이 저가 중국산 조달을 확대하는 분위기의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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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통구조도 중국산 수입재 배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본 상사들이 철강 제품의 생산-판매를 코디네이션하고 수입재에 대한 견제 등 주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철강생산업체 입장에서는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상사의 유통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고, 수요가 입장에서는 상사의 네트워크 및 자금력을 활용, 조달 시스템을 외부에 의존하고, 양질의 소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산 철강재는 배제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수요업체들은 저가격, 효율성을 중시한 구매문화를 보이고 있다. 저가격 제품을 우선 조달하고 구매처를 다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수요가들의 저가격 중시 구매 관행은 범용제품에서 고급제품으로 확산 중이다. 특히 중소형 건설용 철강재의 경우 저가 구매가 절대적으로 일본 수요가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통시장의 경우에도 한국의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다수의 수입유통업체들과 수백여개의 오퍼상들을 통해 수입이 이뤄진다. 상사에 의해 수입이 통제되는 일본 유통시장과 달리 한국은 너무나 다양한 경로로 수입이 이뤄지고 있어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인 것.

포스코 경영연구소 이진우 수석 연구원은 "일본 철강 유통은 폐쇄성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장기 지속적인 거래는 산업 전반을 고품질 구조로 유도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국내 철강 유통 구조는 일본에 비해 과도하게 오픈된 시장으로, 철강 생태계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철강재를 통제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유통시장의 구조고도화와 국내 철강사들의 안정적이고 일관된 가격 및 물량 정책, 다소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고품질 국산 철강재를 쓰려는 수요가들의 태도변화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연구원은 "부적합 철강재 근절 등 시장질서 확립 및 철강 유통시장 고도화를 위한 업체간 협의체 구성 및 협력 모델 도출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국헌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