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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명문고 전락” VS “일반고 몰락의 희생양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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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명문고 전락” VS “일반고 몰락의 희생양 찾기”

[論하고 爭하자] ⑫ 자율형사립고 폐지

[글로벌이코노믹=김만식 기자] 논쟁의 상당수는 대부분 ‘즉흥적’이거나 ‘짧은 시간’에 소수 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만약 논쟁으로 해결될 문제라면 이미 해결됐거나 논쟁으로 해결되지 않을 문제는 전문적 연구 단계로 들어선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논쟁이 ‘아무 것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논쟁은 새로운 결론을 얻는 데는 실패하곤 하지만 ‘어떤 것을 문제 삼아야 하는지’ ‘정말 문제다운 문제인지’를 알 수 있게는 해준다. 그것이 논쟁의 미덕이다. 글로벌이코노믹는 ‘論하고 爭하자’ 시리즈를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쟁점들을 정리하면서 그 미덕을 찾아보고자 한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후 자사고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사고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살펴봄으로써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어떻게 볼 것인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 ‘논하고 쟁하자’의 열 두번째 주제다. <편집자주>

찬성-박이선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부회장
▲박이선부회장이미지 확대보기
▲박이선부회장


반대-김용복 배재고 교장
▲김용복교장이미지 확대보기
▲김용복교장




1. 자율형사립고 폐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자율형사립고는 일반고 몰락의 주범이다’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박이선 부회장=자사고는 애초에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에 자율학교라는 조항이 있다. 그 조항에 의거해서 이명박 정부 때 지정된 한시적인 학교다. 원래 이 학교를 지정할 때는 사학들이 갖고 있는 건학 이념이라든지 다양한 교육 과정이 운영될 수 있다면 한 번 지정해 보자, 그래서 5년 후에 학교를 전반적으로 다시 평가를 한 다음에 교육감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는 취지로 탄생한 학교다. 그런데 그 동안의 결과는 결국 대학 입시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기 위한 학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학교였을 뿐이다. 입시명문고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육 전반에 걸쳐서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폐지하는 것이 맞다.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일반고가 무조건 살아난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사고 폐지를 원하는 이유는 자사고가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일반고 슬럼화 속도를 가속화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사고 정책부터 일단 멈춰야한다. 자사고 폐지를 통한 고교서열화와 불평등 해소는 일반고 살리기 정책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첫걸음이자 기본 조건이다.

김용복 교장=일반고 위기는 2000년부터 시작됐다. 그때부터 교실이 무너진다고 난리를 쳤다. 자율형사립고교 일반전형 정원은 7500명이다. 서울시내 일반계 고등학교가 학급 수는 2014년 기준으로 6607개에 달한다. 6607개 학급을 3개 학년으로 나누면 자사고에 입학하는 인원이 약 한 반에 2, 3명씩 정도 된다. 자사고를 해체해 일반고 교실에 2~3명 우수학생이 들어간다고 일반고가 살 수 있겠나.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고 대기업 취업기관으로 전락했다. 고교도 마찬가지다. 고교에서 상급학교 진학교육을 안 하면 어느 학부모가 용납하겠나. 일반고 무너졌다고 하는데 자는 아이들 깨워 공부시켜 대학에 보내려니 문제다. 직업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은 그런 교육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 아이들이 다 같이 살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진정한 일반고 살리기가 무엇인지 교육청이 심사숙고해야 한다. 25개 자사고를 해체해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일반고가 벌떡 일어나 양질의 교육기관으로 변모되지는 않는다.

2. 자율형사립고가 교육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박이선 부회장=자율형사립고가 교육에 기여한 측면은 없다고 본다. 일반고와 자사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사고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싹 걸러지고 난 다음에 일반학교는 중하위권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채워진다. 이 아이들은 이미 자사고로 성적이 좀 좋은 학생들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열패감을 미리 맛보게 되는 거다. 패배감도 많이 맛보고, 좌절감도 많이 맛보고... 한 반에 공부를 잘 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함께 있다 보면 서로가 협동한다든지, 서로 이끌어주기도 하고 학업성적이 다소 낮은 친구들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공부에 대한 눈을 뜰 수도 있지 않는가? 하지만 자사고 등장 이후 이런 여지는 사라졌다.

김용복 교장=이명박 정부 때 구 단위별로 자사고를 하나씩 세우겠다고 했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서울 도심지역 인구밀도를 고려해 구역별로 해야 했다. 교육적으로 열악했던 강북 지역의 경우 자사고가 있어 교육만족도를 높이고 학력차 해소에도 기여했다는 주장이 있다. 이런 점을 교육청이 간과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최대 관심사가 교육과 부동산이다. 자사고가 지역별로 생기면서 부동산 안정화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강남 3구에 전학과 이사하는 집중도를 완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3. 자율형사립고가 귀족화됐다는 비판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반고보다 등록금이 비싸다는 부분이다. 이런 점 때문에 가난한 서민의 아이들은 자율형사립고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다는 위화감도 생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박이선 부회장=자사고의 등록금은 일반고에 비해 2.5∼3배 비싸다. 가난한 학생이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으로 들어가도 버티기가 쉽지 않다. 결국 부모의 소득 수준이 자녀의 학교를 결정짓는 것이다. 자사고는 교육을 통한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고 할 수 있겠다. 학교 선택권은 경제적 능력과 성적을 갖춘 사람에게만 주어져서는 안 된다. 자사고의 역효과가 상당하다면,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개인 선택의 자유에 일정한 제약이 있더라도 폐지해야 한다. 이는 고교평준화가 학교 선택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제소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김용복 교장=자사고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학교 운영을 위해 일반고의 3배 범위에서 수업료를 받는다. 교육청으로부터 교원의 인건비 등을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재정 압박을 더 받는다. 자사고가 귀족 학교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자율형사립고가 1년에 약 한 300만 원 정도 등록금을 더 낸다. 한 달 기준으로 25만 정도가 더 드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고교 때 교육열이 상당히 높다. 고교시절에 한 달에 25만 원 투자해서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면 어떤 부모가 그 학교를 보내지 않겠나?

우리 학교는 귀족학교가 아니고 그저 교육적 열망이 다소 높은 학부모들이 자녀를 보내는 곳이다. 한편으로는 자율형사립고 덕분에 실제로 사교육비가 감소되는 효과도 크다. 각 학교에서 좋은 방과 후 프로그램도 개설하고 또 좋은 면학분위기도 만들어준다. 따라서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이는 사교육비 감소효과로 돌아오는 것이다.

예컨대 배재고는 전교생 1200명 중에서 800~900명이 자율학습실에서 공부를 한다. 방과 후 프로그램도 좋다. 그러다보니 학부모들은 학원비가 덜 든다고 한다. 자율형사립고는 일반계 고등학교보다 사회적 배려대상자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귀족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전통 사학이 많은 시설과 예산을 투자해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일반고에 전파해 상생하길 원하는 것이다. 어쨌든 혼란이 오면 최대 피해자는 학생과 학부모 아닌가. 혼란 없이 잘 해결돼야 한다.

4.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에 대해 5년간 최대 14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이선 부회장=일정 금액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자사고는 5년 후에 학교를 전반적으로 다시 평가를 해 보고 난 다음에 교육감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 학교다. 정당한 평가를 거쳐 전환여부를 결정하면 그 뿐이다. 차라리 자사고에 지원하겠다는 예산을 일반고 살리는 용도로 사용하면 어떨까 한다.

김용복 교장=5년에 최대 14억 원을 지원한다는 것은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 1차년도 9억 원(7억 원은 시설투자비), 2차년도 2억 원, 3~5차년도 각 1억 원씩 지원한다는 것인데 외형상 커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율형사립고와 일반고의 등록금 차이가 1년에 1인당 한 300만 원가량 된다. 정원이 400명이면 1개 학년에 필요한 돈은 12억이다. 일반고로 전환한 첫 해부터 당장 12~13억 원이 필요한 것이다. 2년 기준으로는 40억 가량을 지원받아야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교육청에서 제시한 금액은 최대 14억 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 금액으로는 양질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없다. 참고로 배재고는 작년도 법정 부담금과 법정 전입금이 13억이다. 사립학교는 많은 돈을 투자해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또 교육의 질도 높이고 있는데 그 정도 지원금으로는 자율형사립고의 대안으로 제시한 중점학교 조차 운영하기가 힘들다. 또 일반고가 어렵다고 하는데 일반고에 1억 원도 지원하지 않으면서 자사고에 14억 원을 지원하는 게 말이 되나. 우리 지원하지 말고 일반고 지원해 살리는 게 낫지 않겠나. 차라리 일반고를 지원하는 게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5. 자율형사립고의 대안으로 교육과정이 자유로운 중점학교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박이선 부회장=자율형사립고의 대안으로 교육과정이 자유로운 중점학교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한다. 어차피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은 그 학교가 성적 좋은 학생들만 모아 놨다고 해서 더 잘하고 또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 섞여있다고 해서 더 못하지는 않는다. 고등학교는 모든 국민들이 교육을 받아야 되는 기본 단계라고 인식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때도 고등학교 교육까지 무상교육을 해야 된다는 공약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맥락이다. 따라서 좀 더 잘하는 애들은 중점학교에,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일반학교에 보내는 이런 방식도 비효율적이고 비교육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용복 교장=자율형사립고는 서울형중점학교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자율형사립고에 3가지 중점교육과정을 개설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자율형사립고가 인문과정과 자연과정은 개설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우리 학교만 해도 예술과정을 개설하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미술이나 음악 같은 과정을 개설한 적이 없었다. 만약 중정학교로 전환해 미술과정을 만든다고 해도 교사수급 문제가 걸린다. 배재고는 미술교사가 한 명 밖에 없다. 다른 미술교사를 초빙해야 한다. 사립학교는 공립학교와 다르게 다른 학교로 이동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예체능교사 2~3명을 더 초빙한다면 우리 학교에서 일반교사 2~3명이 다른 학교로 이동을 해야 한다. 교사 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6. 자사고 평가 방안을 놓고도 말이 많다.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박이선 부회장=조희연 교육감이 추가한 평가지표들이 다소 거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옳다고 본다. 자사고에서 왜 자사고를 평가하지 않고 자사고 인근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평가하냐고 이야기하는데, 자사고 때문에 학습권과 학교선택권의 제한을 받은 학생들은 피해당사자다. 당사자의 입장과 의견을 듣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김용복 교장=1차 평가 때는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와 충분히 협의해 만든 평가 문항을 사용했다. 6개 문항 27개 지표로 구성돼 평가 영역이 아주 다양했다. 하지만 조희연 교육감 취임 이후 7월10일부터 16일까지 시행한 2차 평가는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이었다. ▲‘자사고가 교육에 미친 영향은’에 대해 매우 부정적 부터 매우 긍정까지 5단계 평가문항 ▲자사고가 긍정적인 이유 5가지 평가문항 ▲자사고가 부정적인 이유 5가지 평가문항은 ‘가까운 학교를 못가서’, ‘교육 불평등이 심해서’, ‘일반학교 평판과 이미지가 나빠져서’, ‘일반학교를 어렵게 해서’,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을 운영해서’ 등의 5가지 문항으로 평가를 했다. 더 가관인 것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한 의견은 찬성과 반대 두 가지가 전부였다는 거다. 5년 동안 학교법인에서 매년 10억 원, 기숙사도 150억 이상 들여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 자사고를 그렇게 단순한 여섯 개 항목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자율형사립고를 평가대상으로 해야지 자율형사립고를 옆에 있는 고등학교 1학년 2개 학급, 중학교 3학년 2개 학급 학생과 학부모들, 교사들이 평가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뭐랄까.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인근에 있는 대형마트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것과 같다.

7. 조희연 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 문제를 1년 뒤에 다시 논의하자고 입장을 밝혔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이선 부회장=나쁘지 않다고 본다. 오는 8월13일까지 내년도 자사고 신입생 모집요강을 정해야 하는 등 시간에 쫓긴 측면이 있었다. 또한 조희연 교육감이 진행한 2차 평가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평가문항과 내용이 거칠었던 사실이다. 오히려 1년이라는 준비 시간을 벌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좀 더 효과적인 자사고 평가지표와 평가방법들이 개발되리라 본다. 개인적으로 자사고 평가는 교육부에만 맡겨 두면 안 된다고 본다. 교육부 평가는 실사가 아닌 서류평가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자사고들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솔직하게 자료를 기입할지도 걱정이 된다. 현지 사정을 가장 잘아는 교육청이 실사를 진행한다면 평가에 신뢰성도 확보될 것이다.

김용복 교장=너무 충격적이고 당황스럽다. 심사숙고해 다음 주 초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자사고교장연합회 회의 이후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

8. 경기도교육청은 안산동산고를 자사고로 재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국에서 첫 자사고 지정 취소 사례가 나온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이선 부회장=환영한다.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학교가 취소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안산동산고와 학부모들이 ‘평가지표에 오류가 있었다’ 또는 ‘평가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적 소송까지 생각한다고 한다. 과거에 자사고 두 곳이 취소처분을 받았다가 소송을 통해 승소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만큼 사법당국도 이번에는 자사고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여러 시민단체들이 소송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김용복 교장=충격을 받았다. 배재고가 자사고 지정 신청을 할 때 안산동산고를 벤치마킹했다. 기독교 학교로서 교육을 잘하는 학교다. 안산동산고는 자사고의 모범이 된 곳이다. 전북교육청이 2010년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지만, 두 학교는 소송에서 이겨 자사고로 남았다. 소송 등을 통해 끝까지 가면 결국 자사고가 이긴다고 생각한다.

9. 자사고가 고교다양화라는 취지와 달리, 입시명문을 지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적에 대한 어떻게 생각하는가?박이선 부회장=자사고는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부여되었지만 대입과 관련된 국·영·수를 강화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때문에 자사고의 교육과정을 일반고에서 모델로 삼는 경우는 극히 적다. 또한 자사고의 입시 성과가 좋은 이유는 입학 당시 일반고보다 우수한 학생을 받기 때문이다.

현재 중학성적이 가장 좋은 학생은 특목고를 선택하고 그다음은 자사고, 그리고 성적이나 경제적 능력이 안 되면 일반고로 진학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자사고는 학교 서열화를 초래하고 일반고 슬럼화 현상을 가속화해 바람직하지 않다.

김용복 교장=국·영·수 수업시수가 전체의 52%로 절반을 넘는 건 맞다. 하지만 비정규 교과과정인 창의적 체험활동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이를 포함하면 50%를 밑돈다. 국·영·수 수업시수가 전체의 50% 이하인 자사고는 한 학교도 없다. 반대로 말하면, 전체가 50%가 이상이라면 타당성을 갖는 것 아니겠나. 배재고는 자사고 전환 이후 서울대 진학률이 오히려 1/3로 떨어졌다. 우리가 입시명문을 지향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겠나. 또한 대한민국의 모든 고등학교는 어느 정도 입시교육을 하는 게 맞다.

총평대한민국에서 교육만큼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분야도 드물 것이다. 명문 고등학교와 명문대학교를 나와야 사회에서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결국 명문대학 입학에 목표가 맞춰져 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선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다. 일전에 만났던 한 고교 교장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나는 교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농부라고 생각한다. 좋은 땅에서 높은 값에 팔리는 농작물이 많이 나지 않나? 만약 땅이 척박하다면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 교육환경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자사고가 존폐위기에 처한 것도 결국에는 좋은 땅을 많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들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확대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등장했다. 학교 다양화 정책의 하나로 추진된 것이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자율형사립고라 쓰고 입시명문고라 부르는 상황이 됐다. 훌륭한 농작물이 될 좋은 씨앗들을 싹쓸이 한 탓에 일반고 몰락의 주범으로도 몰린다. 자사고 교장들을 만나면 억울함을 호소한다. 일반고 몰락은 그 이전부터 일어났던 현상이고 자신들은 설립자의 이념에 따라 한국을 이끌어갈 인재를 길러내는 것뿐이라고 말이다. 더군다나 자신들로 인해 강남 집값이 안정되고 사교육비도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반대 측 입장은 가난한 서민의 자식들은 꿈도 못 꿀 학비를 받으며 학교서열화를 부추기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한다. 찬성과 반대 측 모두가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기 때문에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양측 모두 공감하는 것은 일반고가 몰락한다는 점이다. 자사고가 현 체제로 가느냐 아니면 일반고로 전환하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반고의 교육경쟁력 강화에 있다. 지금의 상황은 숲에 있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사고가 일반고의 위기를 불러온 하나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일반고 몰락의 본질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고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